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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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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27)

 안동일 작

 신앙 이란 무엇인가,   곤우치수

동섬은 의외로 산해경(山海經)에 까지 의미를 부여 하고 있었다. 산해경은 중국 고대의 전설 신화를 집대성한 어찌 보면 그야말로 ‘허무맹랑’의 집대성에 해당하는 책이다.  전진시대에 만들어졌다는데 중국 고대의 산과 바다, 강을 설명한다고 해서 산(山) 해(海)경인데 실제로 존재하는 산들도 있지만 상상속의 산, 강 호수 바다 였으며 그 속의 기화 요초와 기괴한 동물들이 등장하기에 조선의 사대부들은 요서로 치부하고 읽지 않았다. 공자도 그런 책은 정신을 산란하게 한다고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섬은 그 산해경 (山海經)의 신화와 전설의 유래, 기괴한 동물들의 그 의미 까지 천착했던 모양이다. 이 산해경을 초기에 해설한 동진의 곽박(郭璞)이라는 이는 자신의 ‘주 산해경서’ 에서 이렇게 말했단다.
“산해경을 읽는 세상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책이 황당무계하여 기피하고, 유별난 말이 많기 때문에 의혹을 품지 않는 이가 없다. 천하에서 지극한 식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 산해경의 의미를 말하기 어렵다. 아! 통달하고 박식한 사람이 이를 거울로 삼을 것이다.”
동섬이 그였던 모양이다. 동섬은 곤과 우의 치수 사업의 의미와 당시 상황과 모습을 신화로 잘 포장한 문헌이 산해경이라고 했다.
산해경은 18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거의 마지막 부분인 해내편에 이 이야기가 수록돼 있단다.

잔뜩 신이나서 산해경의 설화를 설명하는 동섬을 보면서 직암 권일신은 천주경전, 구약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렸고 그가 진실로 천주학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됐다. 기필코 그를 천주학으로 이끌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굳어진 것도 그때였다. 그가 가세하면 천군만마를 얻게 됨은 자명했다. 하지만 그는 스승 안정복 선생 때문에 천주학 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고 애써 멀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무렵 직암의 장인인 안정복 선생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장형인 녹암 철신을 위시해 가환의 백부인 이병휴 선생 그리고 가환과 그의 시촌 기양에게도 천주학에 물들면 큰일 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서찰을 보내고 사람을 보내 닥달하곤 했다. 그러니 사위인 직암에게 가해 오는 압박은 보통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는 둘이 친한걸 아는 어른이 동섬을 콕 집어 절대로 동섬만큼은 서학 공부에 끌어들여 물들이지 말라고 호소까지 해 오신 터였다.
이런 일신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섬의 신명난 산해경 강의는 계속 됐다.

“치수에 나섰던 곤이 대신(大神) 황제(黃帝)의 손자라 했으니 그도 천신의 일족 이라는 얘기지. 원래 부터 자질이 뛰어난 이들을 다 천신 일족이라 했지. 아무튼 곤은 요임금의 명령으로 치수(治水)에 착수했는데 도도히 흐르는 물을 막기 위해 둑을 쌓는 일에 열중했지만 둑을 쌓았어도 강한 물길에는 역부족 이었다는 게야, 그렇겠지 그 시절의 기술로는…”

둑은 번번히 무너져 버렸고 다시 더 튼튼한 둑을 쌓기 위해 많은 흙이 필요했다 “흙만 많이 있으면 얼마든지 둑을 쌓아 저 홍수를 막을 수 있을텐데.”  흙에 궁핍함을 느끼던 곤은 마침내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천제 (天帝)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식양(息壤)이라고 하는 흙이었다.
그러나 식양은 천제의 보물창고에 있어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곤은 망설이다가 마침내 몰래 식양을 훔쳐내고야 말았다. 곤이 식양을 땅 위에 뿌리자 저절로 흙이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산만큼 커지는 것이 아닌가? 곤은 성공을 예감하며 다시 둑을 쌓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곤이 식양을 훔쳐간 사실을 알게 된 천제는 크게 노해 불의 신인 축융(祝融)을 보내 곤을 처형하도록 지시했다. 곤은 북방의 음습한 땅 우산(羽山)이라는 곳에서 축융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또 곤이 의기양양하게 쌓아올린 둑은 큰물길 한방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곤의 처형당한 시체가 삼년이 되도록 썩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소식을 듣고 천제는 천신으로 하여금 오도(吳刀)라는 예리한 칼을 가지고 가 곤의 시체를 베도록 하였다. 오도가 곤의 배를 가른 순간 그 속에서 외뿔 달린 규룡( (虯龍)이 튀어나왔다. 이 용이 후일 사람으로 변하여 우(禹)가 되었다.

동섬이 들려 주는 설화는 우의 성공적인 치수 이야기로 넘어 간다. 우는 아버지인 곤이 시도했던, 둑을 쌓아 물길을 막아버리는 방법은 안 된다는 알고 있었기에 물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물길을 터서 분산시키는 법을 택했다.
우의 작업에는 훌륭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날개 달린 응룡(應龍)을 비롯한 여러 용들이었는데 이는 우 역시 본래 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응룡은 강한 꼬리로 땅을 그어서 물길을 팠다. 한번은 황하의 신인 하백(河伯)이 나타나 푸른 색의 큰 돌을 건네고 사라졌다.
거기에는 물길이 잘 그려져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돌을 하도(河圖)라고 불렀다. 또 한 번은 동방의 신인 복희(伏羲)가 현신하여 대나무 쪽처럼 생긴 옥을 주었는데 그것으로 하늘과 땅을 측량할 수 있었다. 그 옥을 옥간(玉簡)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재미있는 설화가 하나 등장한다. 바로 우의 가족에 관한 설화다. 정사인 사기에는 우가 일에 전념하는라 가정을 돌보지 못했고 아들의 탄생도 몰랐다고 적고 있는데 산해경은 이렇게 묘사 했단다.

치수에 전력을 다하느라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우는 나이 서른이 되도록 결혼은 꿈도 못 꿀 형편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우가 남쪽의 도산(塗山)이라는 곳에서 치수에 열중하고 있을 때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가 나타나 그를 여교(女嬌)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게 했고 둘은 혼인을 올린다. 구미호는 요즘에는 요물로 생각하지만 고대에는 가정과 나라가 번창하게 될 조짐으로 여겼단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우는 치수에 바빠 신혼 나흘 만에 아내를 두고 다시 일터로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파국은 엉뚱한 데서 일어났다. 우가 환원산(轘轅山)이란 곳에서 작업을 할 때였다. 우는 산 위에서 작업을 하면서 아내에게 북소리가 울리면 밥을 가져오라고 일렀다. 아내가 없을 때 우는 곰으로 변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잘못 돌을 걷어차서 그것이 걸어 둔 북에 맞아 소리가 나고 말았다.

우의 아내가 밥을 가지고 와 보니 남편이 곰이 되어 있지 않은가.  우의 아내 여교는 놀라 달아났고 곰이 된 우가 급히 쫓아오자 돌로 변해 버렸다. 우가 이 때 아내에게 “내 아이나 내놓으시오”라고 외치자 돌이 갈라지면서 아들이 튀어나왔다.
우의 아들 ‘계(啓)’는 이렇게 탄생하였으나 우의 혼인생활은 그만 이것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엄청난 홍수를 다스리느라 가정까지 희생한 우, 그러나 무려 13년 간에 걸친 그의 노력 덕분에 마침내 치수는 성공했고 백성 모두가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요 임금, 순(舜) 임금의 뒤를 이어 온 백성의 추대를 받아 새로운 임금으로 즉위했다는 게야, 우는 임금이 된 후 몇가지 중요한 일을 하게 되는데  한 가지는  백익(伯益)이란 신하를 시켜 그동안 섭렵하면서 파악했던 중국 전역의 지리와 풍물을 기록하여 책으로 펴낸 일인데 그 책이 바로 ‘산해경’이라는 것이지, 신해경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네. 사람들은 황당무계 하다고 하지만 그 속에는 권선징악, 사단 칠정의 가르침,  진인사 대천명의 가르침이 녹아 있다네”
그의 이날  ‘곤우치수’ 강의가 막바지에 이른 모양이다.
“중국 사람들이 삼황오제와 요순에 이어 하왕조를 건립하게 된 우를 최초의 인간 천자로 인정하고 존숭하면서 ‘위대한 우 임금(大禹ㆍ대우)’으로 기려왔다는 사실은 자네들고 잘 알고 있는 터 겠고, . 곳곳에 그의 웅대한 사당이 남아있다지 않은가. 말한대로 사기의 사마천도 요와 순 그리고 곤과 우에 대해서는 큰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네.”
금대와 직암보다 권상문 조상덕, 두 청년이 바짝 다가 앉아 초롱 초롱한 눈망울로 동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자네들 고담 신화가 뭐라고 생각들 하시는가? 그냥 재미있는 전설 이야기 일 뿐일까?”
동섬이 말은 자네들이라는 복수로 했지만 상문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당시에는 설화(說話)라는 단어는 아직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민족 ,자유, 국민  등의 단어와 함께 20세기 초에 개화 물결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 들이다)   당시엔 그런 옛 이야기를 고담(古談) 또는 신화 (神話) 라고 썼는데 이날 동섬은 두 단어를 함께 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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