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민전선 후보 벨로 사퇴…사회당 지지 못 얻은 탓
프랑스 의회가 어떤 정당도 단독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 정국에서 총리 후보 지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력 후보로 보이던 제1 정파 좌파 성향 신인민전선(NPF) 소속 후보가 사퇴했기 때문이다.
14일 르몽드, AFP 등 외신을 종합하면 가장 유력한 NPF 총리 후보자였던 위게트 벨로(74) 레위니옹지방의회 의장이 후보를 사퇴했다.
벨로 의장은 1997~2020년 레위니옹지역에서 레위니옹공산당(PCR) 소속으로 의원을 지낸 인물로 총리 후보로서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프랑스공산당(PCF), 녹색당(EELV) 지지를 빠르게 확보했다.
하지만 중도 좌파 사회당(PS)이 제1서기(대표)인 올리비에 포르를 총리 후보로 밀어붙이면서 벨로 후보는 사퇴로 가닥을 잡았다.
벨로 의장은 성명을 통해 “NPF 모든 구성원, 특히 사회당에서 후보 지명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NPF 안에서 조기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제안을 더는 지체 없이 거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피에르 주베 사회당 사무총장은 “합의된 인물은 없다”고 언급했다.
NPF에서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은 그가 총리직 후보에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좌파 성향 정파에서 그동안 논의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총리 임명을 두고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NPF는 이달 실시된 프랑스 총선에서 제1 정파에 등극했다. 하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을 강하게 압박할 동력이 부족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NPF를 구성하는 최대 정당인 극좌 성향 LFI나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인사는 총리로 낙점할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어 후보자 인선이 쉽사리 합치에 이르지 못하는 모양새다.
NPF는 최대 정치세력이라는 이유로 총리 우선 지명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산주의자부터 사회민주주의자에 이르는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포함하는 탓에 내부 결속도 강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범여권 앙상블(ENS)은 제2 세력으로 단독으로 총리직을 차지하기 어렵다. RN은 제3 정파로 내려앉은 탓에 최연소 총리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고됐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의 총리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녹색당을 이끄는 마린 톤델리에를 차기 총리로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기성 정치권을 향한 혐오로 얼룩진 정치 지형에서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상태지만 새 총리가 지명될 때까지는 임시 총리로 국정을 운영할 전망이다.
자국 최대 행사인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가까운 시일 안에 총리 후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직 아탈 총리가 올림픽 폐막까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선거로 새롭게 구성된 제17대 국민의회(하원)는 오는 18일 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