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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의 뭉크를 사랑한 도둑 화가의 이른 최후

 90초만에 뭉크의 ‘절규’ 훔쳤던 선수출신 도둑 사망…

뭉크의 절규가 다시 소환됐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1994년 훔쳐 ‘세기의 도둑’으로 불렸던 노르웨이인 팔 엥거가 지난달 29일 숨졌기 때문이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금년 57세로 단명한 셈이다. 10대 시절 앞날이 유망한 축구 선수였지만 절도범의 된 그는 이 사건으로 유명세를 얻은 뒤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2일 엥거가 몸담았던 노르웨이 오슬로의 유명 축구 클럽 ‘발레렝가 포트발’은 앵거가 3일 전 숨졌다고 밝혔다.

엥거는 1994년 ‘절규’를 너무나 손쉽게 훔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는 바람에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미국 예술전문 매체 ‘아트뉴스’에 따르면 이날은 오슬로에서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날로 도시 전체가 상당히 어수선한 때였다.
엥거는 경찰력이 대부분 개막식 경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노렸다. 공범과 ‘절규’가 걸려있는 오슬로 국립미술관의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절규’를 훔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90초. “보안이 엉망이라 감사하다”는 엽서까지 현장에 남기는 대담함을 보였다. ‘절규’의 가치는 당시에도 최소 5500만 달러로 추정됐다. (2012년 경매에서 1억 1990만달러 낙찰)

엥거는 몇 주가 지나서야 경찰의 함정 수사에 꼬리를 밟혀 체포됐다. 6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앞서 그는 1988년에도 뭉크의 또 다른 그림 ‘사랑과 고통’을 훔쳐 달아나 이미 4년 형을 받고 복역했다. 첫 절도가 발각된 뒤 축구 클럽에서 퇴출됐고 이후 재기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엥거 (위 사진) 는 두 번째 복역 기간 동안 감옥에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 2011년 개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범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15년 오슬로 미술관에서 그림 17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엥거의 대범한 절도 행위와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절규’를 훔친 남자’에서 그는 “‘절규’를 훔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역사를 만들었고 이는 멋진 이야기”라며 끝까지 범죄를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노르웨이의 화가이자, 피카소와 함께 현대미술의 모토가 된 ‘표현주의(Expressionism)’의 창시자로 꼽힌다.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절규(Skrik 혹은 The Scream, 1893)’는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며, 2012년 경매에서 1억 1990만달러에 낙찰되며 세계미술 경매의 역사를 새롭게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뭉크는 살아생전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비난과 악평에 시달렸다. 지독한 정신질환으로 일생을 공포와 불안에 시달려야했을 만큼 기구한 삶을 살아야했다. ‘절규’의 해석을 둘러싸고도 오늘날까지 수많은 궁금증과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그림속의 남자는 대체 무엇을 보고 절규하는 것일까? 뭉크는 해질녘에 언덕을 산책하다가 문득 굉장한 불안감을 느꼈던 경험을 토대로 ‘절규’를 기획하게 되었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절규’에는 약 100여년간 숨겨져 있던 비밀이 존재했다. ‘절규’의 노을 속에는 “미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다” 는 의미심장한 낙서가 작게 쓰여져 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미술계에서는 대체 누가, 언제, 왜 이런 낙서를 했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뭉크 사후 시간이 한참 지나 2021년에야 필체 대조 결과 밝혀진 낙서의 진범은, 놀랍게도 ‘뭉크 본인’이었다.

뭉크는 1944년 1월 23일, 폐렴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묘하게도 죽는 순간 그의 손에 들려있었던 책의 제목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평생을 절망과 죽음의 공포 속에 시달렸던 뭉크가 정작 80세까지 장수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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