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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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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12)

 안동일 작

뉴튼, 그리고 파티마의 기적

몇 년 전인 2017년, 파티마에서는 성모 발현 100돌이 되는 5월13일, 성대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직접 참석해 수십만의 순례 신자들 앞에서 이 파티마 기적의 주인공인 프란시스쿠 마르투와 그 동생 자신타 마르투에 대한 시성식을 거행했다. 사망 당시 각각 11살과 9살에 불과했던, 순교자도 아닌 아동이 성인 반열에 오르는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이처럼 천주교에 있어 파티마 이적의 위치는 무척 강고하다. 이날 기념식을 겸한 시성식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평소와는 달리 지옥의 광경을 신비주의적으로 묘사하면서 세상이 지옥의 모습을 닮아가도 있다고 경고를 날렸다. 프란시스쿠와 자신타가 성모의 안내로 보았다는 바로 그 지옥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지옥의 흉칙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려 사람들이 죄를 짓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 했었단다. 두 아동이 성인에 오른 것은 이 지옥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그 어린 심정으로 갖은 애를 썼던 정성과 신심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그러나 이날 파티마 기적의 또다른 요체인 반공사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톨릭 교회는 파티마 어린 목동들의 주장을 처음부터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교회는 오랜 조사 끝에 이적 발생 10여년 후인 1930년, “믿을 가치가 있는 일” 이라고 공식 선언하고 신자들의 ‘파티마 성모’에 대한 경배를 허락했다. 그러자 파티마 마을은 성지가 됐다. 이후 교황청도 이 일을 ‘실재한 초자연적 현상’ 이라고 공식 규정했다. 그후 비오 12세를 비롯해 바오로 6세,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 등 이후 취임한 모든 교황이 파티마를 찾았다.
세 목동들 중 프란시스쿠와 자신타는 유럽을 휩쓴 스페인독감으로 각각 1919년과 20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성모 발현 당시 10살이었던 루치아는 1924년에 수녀가 되었고 성모가 두 사촌동생을 먼저 천국으로 데려가고, 자신은 예수와 성모의 뜻, 그리고 동생들의 간절한 염원을 전하기 위해 좀 더 살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2005년에 98세를 일기로 숨진 루치아 수녀는, 생전에 6편의 회고록을 통해 자신이 들었다는 성모의 예언을 세상에 전했다.
1941년에 세 개의 비밀 가운데 두 개를 교황청과 합의 한 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다. 그녀에 의하면 성모가 세번쩨로 현현했다는 1917년 7월13일에 세가지 비밀을 얘기해줬고 그 후의 현현 에서도 그 비밀과 관련한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당부했다고 한다.

첫째 비밀의 내용은 “거대한 불의 바다”인 지옥의 환시였다. 성모가 지옥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평화를 위한 기도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 했다는 것이다. 파티마의 예언은 유독 전쟁 없는 세계 평화를 강조 하는데 첫번째 예언도 세계 평화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죽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첫번째 비밀은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겠지만 일반인 들에게는 큰 논란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지옥불에 신음하는 사람들 가운데 주교복 신부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가 크게 회자 될 뿐.
두 번째 비밀이 바로 1차대전 종식과 2차대전 발발, 러시아, 소련의 공산주의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부분은 이 나라를 악의 제국으로 간주한 교회와 당시 서구 사회의 인식이 제대로 반영된 내용이라고 회자된다. 1917년은 러시아 공산혁명이 완수된 해다. 루시아 수녀는 공산주의 무신론의 제국이 된 러시아가 회개하고 성모에게 봉헌되지 않으면 이 나라는 세상에 죄악을 퍼뜨리고 전쟁을 일으키며 교회를 박해할 것이라는 게 성모의 간곡한 메시지라고 했다. 성모는 러시아를 정화시켜야 재앙이 끝난다고 했는데 종국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언 했다는 것이다. 루시아는 어렸을 때는 ‘러시아’가 여자아이 이름인 줄 알았다고 했다.
세번째 예언은 성모가 때가 될 때까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두개 만으로도 억측으로 떠돌던 예언에 관한 내용이 일단은 정리 됐고 파티마의 성모는 세계 평화를 간구하는 성모로 특히 공산주의 무신론을 배격하는 성모로 각인되게 되었다.

아무튼 47년에 공산주의의 상징 붉은 군대, 레드아미에 대항하는 천주교 조직 불루아미를 인가한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대 들어 당시 욱일 승천하는 러시아, 소련을 자주 언급했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즉시 빠른 종전을 위해 전세계가 기도를 해야 힌다는 특별교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지옥의 문은 절대로 승리하지 못한다”며 “성모의 도움으로 우리는 무신론을 이길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혔고 그후 52년에는 “가톨릭은 공산주의를 배격하며 공산주의자들을 회개 시키는 일에 전념을 다해야 한다” 는 공식 교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라루 선장과 마사 여사의 회고에 등장하는 장진호 전투 황초령 현장에 있었던 뉴저지의 초신퓨 참전용사는 그 즈음 교황의 언급으로 다시 크게 회자 됐던 파티마 성모의 예언을 믿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소련이 발흥하던 50년대 초 라루 선장과 천주교를 신봉하는 미군 참전용사들은 공산주의와 싸우는 일은, 공산치하에서 신음하던 난민을 구하는 일은 하나님의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파티마 예언이 ’20세기는 천주교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싸움이며 종국에는 기독교가 승리 하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실제 가톨릭 신자들의 기도 때문에 그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1993년 소련의 해체는 엄연한 사실이다. 1993년 소련의 해체 붕괴는 그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때문에 파티마의 예언은 그 무렵 다시금 화제의 중심이 되었고 그 성가를 높였다. 이 문제와 파티마의 세번째 예언에 대해서는 따로 알아보기로 한다.

한국전쟁을 성전(聖戰) 으로 평가했던 그래서 분연히 나서 기적을 만들어 냈던 마리누스 수사가 권일신 선생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하는 문제로 돌아온다. 언급 했듯이 일단은 서적, 책을 통해 알게 됐다고 추론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말한대로 달레 신부가 불어로 쓴 ‘조선천주교회사’와 그책의 근간이 된 다블리 성인의 비망록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 거기에서 권일신 성조는 큰 분량을 할애 받고 있다.
「조선천주교회사」는 불어로 쓰여졌는데 라루 라는 성에서 알 수 있듯이 마리누스 수사는 프랑스 계통이다. 불어를 능숙하게 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어로도 번역 됐다는  그 책들  말고는 마리누스 수사가 권일신 선생을 알 수 있는 길이 매우 좁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수도원 도서실  담당 봉사 여신도가 도움을 주었지 싶다.
“마리누스 수사님 ,그러지 않아도 전갈 드리려 했는데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책을 찾았습니다.”
중앙 기도실 복도에서 마주친 수도원의 도서관 사서를 맡고 있는 아그네스 여사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그 무렵 노년의 수사는 마사 여사가 말한대로 수도원의 자랑이었으며 좌중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기어코 찾아 내셨군요 자매님 감사합니다.”

자매가 건네는 표지가 떨어져 나가 있는 낡은 필사본 책은 노 수사의 손을 떨게 했다. 전임 아빠스의 수도원 일지를 읽다가 그가 당시 파견 선교사가 쓴 조선 천주교사를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대목을 발견하고는 분명히 서고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는데 자매가 마침내  찾아낸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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