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리튬 배터리’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은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높아져 폭발하는 ‘열 폭주’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열 폭주는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해 여러 부반응을 일으키다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열 폭주 현상의 원인과 과정은 다양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파크가 난 전지를 추후에 분해해보더라도 열 폭주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4가지 요소인 양극, 음극, 두 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 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매개인 전해액으로 구성돼 있다.
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시키고, 방전될 때 다시 양극으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해 반복적으로 충전 및 방전 상태가 된다.
충전 시에는 강제로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그 중에서도 전지가 완전히 충전됐을 때가 가장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재도 이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발간된 SNE리서치 보고서는 크게 제조 결함, 과충전 및 방전, 외부 가열, 외부 충격 등을 대표적인 열 폭주의 원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배터리의 열 폭주는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화재가 난 후 배터리의 기초 단위를 의미하는 ‘셀’에 열이 가해졌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결국 안정성을 잃어 모든 열, 화학 에너지가 주변으로 방출되면서 진압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특히 일반 분말 소화기는 리튬 이온 배터리 안에서 발생되는 급격한 열 전달 및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냉각 소화의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불산가스 방출’이다.
불화수소는 가열 시 독성 연기를 형성하는데, 특히 금속과 접촉할 시에는 수소가 발생해 화재 대응을 할 때 화재가 확대되거나 더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흡입이나 섭취 혹은 접촉 시에 심한 손상이나 화상, 혹은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물 또는 습한 공기와 반응했을 때는 독성, 부식성, 또는 인화성 가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화재진압 시 물에 용해되면 오염수가 발생해 위험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테슬라의 호주 퀸즐랜드 주 메가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메가팩은 테슬라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도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공장 전체로 피해가 번지지는 않았으나 배터리 생산에는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 전지를 생산하는 공장만 위험 대상은 아니다. 지난 해 네덜란드 해안을 지나던 화물선 프리맨틀 하이웨이호는 약 3000 대의 차량을 수송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선원 한 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방송사 RTL은 불길이 전기차 배터리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렇게 리튬 배터리 관련 대형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전세계적으로 ‘탈 리튬 배터리’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기존의 리튬 이온 전지보다 10배 이상 에너지 밀도 상승이 가능한 리튬 공기전지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보장되는 전고체 전지, 대용량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차세대 나트륨 전지 등이 개발됐다.
리튬 이온 전지보다 용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동 온도 범위가 넓은 마그네슘 이온 전지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이 같은 솔루션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상용화되어 있지 않다.
한편, 중국 칭화대학교의 밍까오 교수 연구팀이 2014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 열 폭주는 시작되기 직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논문은 열 폭주가 발생하기 직전 전압 강하 이후 15~40초의 골든타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골든타임이 지나고 나면 열 폭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리튬 배터리가 폭발했다면 마른 모래와 팽창 질석, 팽창 진주암을 사용해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화재가 일단 발생하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완벽히 진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시간 이어지는 화재에 대비해 건물 붕괴 등으로 인한 소방대원과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