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분석, 플랫폼사 보수 지급 기준 높이고 광고주 요구 까다로워
팔로워 40만 크리에이터도 미 근로자 중간소득에 미달
미미하나마 소득 있는 크리에이터 전 세계 5000만 명 뿐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크리에이터에 지불하는 돈을 줄이고 크리에이터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크리에이터의 소득이 줄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이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 세계를 살펴본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의 미스터비스트(MrBeast)나 틱톡의 찰리 다멜리오와 같은 소셜 미디어 스타가 되길 바라지만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들다.
3년 동안 전업 크리에이터로 틱톡과 유튜브, 트위치에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 대한 뉴스와 동향을 전해온 클린 브랜틀리(29)는 팔로워가 40만 명에 달하고 평균 조회수도 10만 회에 달한다. 그러나 그의 소득은 지난해 미국 전업 근로자 중간 소득인 5만8084 달러(약 8027만 원)보다 적었다. 그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탓에 월세를 내기가 힘들어 어머니 집에 신세를 지고 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정기적으로 눈요기용 동영상과 사진, 교육용 자료를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지난해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돈을 버는 사람은 5000만 명에 불과하다. 전업 크리에이터들이 2028년까지 매년 10~20% 가량 늘어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위 사진은 점점더 자극적으로 변히는 크리에이터의 모습, 누드 스시의 접시가 되었다.
단숨에 유명해지는 크리에이터는 드물다
크리에이터가 수입을 올리기까지 통상 몇 개월 이상 몇 년이 걸린다. 수입원은 소셜 미디어가 직접 지불하는 광고에 따른 보수와 스폰서 수입, 상품 판매 침 관련 링크 제공 등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사인 네오리치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48%가 지난해 1만5000 달러(약 2073만 원) 이하의 수입을 올렸다. 10만 달러(약 1억382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크리에이터는 13%에 불과했다. 전문 크리에이터와 부업 크리에이터를 모두 포함한 통계이므로 크리에이터의 총소득 통계와는 다를 수 있다. 소셜 미디어 소비가 급증한 코로나 봉쇄기에 크리에이터가 된 사람들이 많다.
유명 크리에이터는 극히 소수다. 이들은 끊임없이 콘텐트를 생산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콘텐트 기획, 제작, 편집, 게재는 물론 광고주와 협의, 팬들과 소통 등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크리에이터는 자영업자여서 유급 휴가, 의료보험, 퇴직연금 등 회사 근로자들이 받는 각종 복지 혜택도 없다. 고물가, 고금리의 피해가 온전히 가해지기도 한다.
갈수록 인색해지는 플랫폼들
틱톡은 2020년~2023년 10억 달러(약 1조3820억 원)의 크리에이터기금을 만들어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했다. 경쟁사인 유튜브도 월 100 달러~1만 달러 정도를 벌 수 있도록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했다. 인스타그램은 보너스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스냅챗은 최고 크리에이터들에게 매일 100만 달러를 시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나 이런 넉넉한 보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지난해 1000명 이상 가입자를 보유하고 90일 동안 1000만 회 넘는 조회 수가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만 광고 수익의 45%를 분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틱톡의 돈 지불 기준은 현재 최소 1만 명 이상의 팔로워와 월간 10만 회 이상이다. 인스타그램은 자사 선정 크리에이터들만 보상하는 방안을 시험중이다. 스냅챗은 팔로워 5만 명 이상 월간 조회 수 2500만 회 이상의 크리에이터에게만 광고수익을 분배한다. 이처럼 높은 기준을 충족하는 크리에이터들조차 많은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2022년 낱말 맞추기 게임인 워들을 틱톡에 올려 유명해진 유발 벤-하윤은 콘텐트를 다른 언어 교육 자료로 확대하면서 지난해 초 월 4000 달러(약 553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틱톡이 크리에이터 기금을 없애면서 지난해 3월부터 벤-하윤의 수입이 100만 조회수당 200~400 달러로 줄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최근에는 1000만 조회수당 수입이 120 달러에 불과하다. 팔로워가 290만 명으로 크게 늘었는데도 수입이 급감한 것이다.
소셜 미디어 회사들은 초기 막대한 투자로 크리에이터들을 끌어들여 이용자를 빠르게 늘린 뒤 현재는 연간 수십 억 달러의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틱톡 폐쇄 땐…
숏폼 동영상 장르를 선도한 틱톡은 단숨에 급성장했다. 미국 내 사용자만 1억7000만 명에 달한다. 미국 성인 3명 중 1명이 하루 78분을 숏폼을 보는데 쓴다는 조사도 있다.
그러나 틱톡은 미 정부와 의회의 압박으로 미국에서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틱톡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렌드와 알고리즘의 변화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크리에이터 총소득은 137억 달러(약 19조 원)로 예상된다. 이 중 59%에 달하는 81억4000만 달러(약 11조2500억 원)가 스폰서 수입으로 추산된다.
조회 수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던 광고주들이 포스트 저장 및 공유실적도 광고비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크리에이터들이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광고주들이 콘텐트 제작에 직접 개입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또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바뀌면서 팔로워와 조회 수를 늘리기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면서 스폰서십을 따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진다. 특히 최근에는 광고주들이 소수의 크리에이터와 장기 계약을 맺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유튜버와 크리에이터
유튜버는 유튜브 플랫폼에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을 말하는데 구글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다. 또 유튜브를 포함해 틱톡 이스타그램등 소셜미디어 에서 동영상을 생산·업로드하는 창작자를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1인 미디어 제작자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이나, 트위치 플랫폼 등에서 방송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스트리머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직장인 학생 할 것 없이 유튜버에 도전
한국의 경우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를 통해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유튜버(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면서 직장인 학생 할 것 없이 유튜버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157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에이터는 직업 등재사전에도 새롭게 등록됐으나, 사회적으로 아직 직업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각종 사회보험 가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 크리에이터 성별, 연령대 비중 [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 달 2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컬쳐미디어랩을 통해 구독자 1000명 이상을 보유한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4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가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월평균 소득은 157만4457원이었다. 이는 최저임금(월 환산 약 180만원)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크리에이터간 소득은 월 1000원에서 최대 2500만원까지 매우 다양했다. 응답자의 18.2%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크리에이터에 도전한 연령대는 20·30대가 80%를 차지했고, 40대는 14%, 50대는 3.3%를 차지했다. 남성과 여성 비율은 각각 46.3%, 53.2%로, 여성 크리에이터 비중이 높았다.
이는 크리에이터가 생계유지를 위한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안정적인 경제활동 방식으로 정착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전체 소득 중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인한 수익이 100%라고 응답한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크리에이터 활동 수익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1%였다. 크리에이터 활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광고(59.3)였고, 상품 홍보·판매(17.2%), 소속사에서 주는 임금(10.1%), 별풍선 등의 후원(6.7%), 소속사와의 계약금(4.8%) 순이었다.
직업 등재사전에도 등록됐지만
또한 크리에이터가 직업 분류상 프리랜서이고 직업 등재사전에도 등록됐지만, 예술 분야 프리랜서 대비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고, 각종 사회보험 가입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문에 참여한 30대 크리에이터 A씨는 “크리에이터도 어쨌든 프리랜서인데,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게 치명적”이라며 “또한 초기 진입자들 같은 경우 고용보험이나 사회보험 가입을 어려워하고, 주변에 개인사업자 등록을 안 한 분들 보면 프리랜서 대출도 안 된다고 한다. 직업적으로 불안정한 부분이 점검되고 상담 창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