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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요인’ 모두 여성…’마초 나라’ 멕시코, 이정표 세웠다

모레나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여성 수장, 입법부·사법부·행정부·중앙은행 이끌어

 차별 여전한  멕시코…”엄청난 영향 미칠 것”

멕시코 대선에서 집권 좌파 모레나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위 사진)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멕시코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입법부, 사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여성이 이끌면서, ‘마초(남성 우월주의) 나라’ 멕시코는 3부 요인 수장 모두 여성이 맡는 기념비적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멕시코 국립선거연구소(NIE)는 3일(현지시각) 무작위 표본을 통한 신속 집계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58.3~60.7% 득표율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우파 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는 26.6~28.6% 득표율로 예상됐다. 중도 성향 호르세 알바레스 마이레스 시민운동당 후보는 10.8%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당선이 최종 확정되면 멕시코 헌정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과 동시에 3부 요인 수장 모두 여성이 맡게 된다.
멕시코에선 지난해 1월 노르마 루시아 피냐 대법관이 신임 대법원장으로 선출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법부 수장이 나왔다.
멕시코 중앙은행(Banxico·방시코) 총재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세하도 2022년 1월 여성으로 처음으로 방시코 수장이 됐다.
의회도 아나 릴리아 리베라 상원의장과 마르셀라 게라 카스티요 하원의장 등 여성 지도자가 이끌고 있다. 현 정부 내무부·외교부·사회개발부·에너지부·교육부·환경자원부·경제부·문화부 등 장관도 모두 여성이다.

멕시코는 1953년까지만 해도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다.
멕시코는 일당제 국가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 할당제와 성 평등법을 도입했다. 1996년 후보자 30%를 여성으로 할당하는 법안을 시작으로 여성 정치인 비율을 점차 늘려갔다.
2011년 26%에 불과했던 여성 하원의원 비율은 4년 뒤 4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현재 멕시코 하원 의석 절반은 여성 의원이 맡고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선거로 32개 주 절반가량 여성 주지사가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초적(남성 우월주의) 문화를 가진 멕시코에서 여성은 차별과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 타임지에 따르면 여성의 소득은 남성보다 16% 적으며, 성별 노동시장 참여율 격차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시간마다 여성 최소 한 명이 실종되고, 매일 여성 11명이 폭력으로 사망한다. 멕시코 국민 90%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다.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다. 멕시코 여론조사기관 엔콜의 지난 2월 설문에 따르면 국민 3분의 1이 “국가가 여성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했다. 14%는 남성 대통령을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답했다.
셰인바움 당선인도 유세 과정에서 평론가들로부터 ‘버릇없는 소녀’, ‘작은 꽃’ 등 비하 발언을 들었다. 상대 후보는 셰인바움이 “따뜻하고 자상해야 한다는 여성상에 반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불평등과 편견을 딛고 당선에 성공하면서, 멕시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줄 거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유명 페미니스트 작가 사비나 버먼은 뉴욕타임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소년 소녀들은 자신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멕시코처럼 폭력적이고 역사적으로 마초적인 나라에선 엄청난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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