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해 증언 예정
뗄 수 없는 측근에서 적대자로 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 재판과 관련해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결사’이자 ‘충신’이었던 코언은 이제 법정에서 그의 대척점에 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코언은 13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직접 돈을 지급한 인물로 지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폭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코언을 통해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하고 이와 관련한 회사 서류를 조작하는 등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코언은 피고인(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금품을 지급했으며,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그런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2006~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코언은 한때 트럼프의 ‘뒤처리’를 전담하는 해결사라고 불렸다. 그는 “트럼프를 위해서는 총알도 대신 맞을 수 있다”라고 발언할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높은 충성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2018년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 수사가 이뤄지고 코언이 선거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자 둘 사이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코언이 책, 팟캐스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각종 폭로를 이어가며, 둘은 사실상 ‘원수지간’으로 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쥐새끼’, ‘거짓말쟁이’ 등의 단어를 사용해 코언을 공개적으로 공격해왔다.
코언은 이번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니얼스와의 성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법적 비용으로 위장하기 위해 어떻게 서류를 조작했는지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기록도 조작하지 않았으며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가진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측 변호인은 이번에도 코언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언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트럼프타워를 지으려고 했던 계획과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코언을 향해 “유죄판결을 받은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면서 과거 그의 상사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무너뜨리려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공격해왔다.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코언의 법정 대결을 두고 수십년간 서로를 이용해온 두 사람의 ‘배신’과 ‘복수’라고 표현하고 있다. CNN은 “코언의 증언은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재판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이는 백악관의 운명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코언은 그의 측근에서 적대자로 변신했다”면서 “코언은 트럼프 형사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법정에 설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묻어둔 비밀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거나 검찰 말대로 ‘그의 보스가 필사적으로 감추려 한’ 지저분한 일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