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성능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내년부터 서비스
우주 골드러시, 핵심 인프라 ‘인공위성’ 1만개 시대
아마존이 내년 통신망의 도움 없이 지구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아마존 자회사인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최근 2029년까지 저궤도 위성 3232개를 띄우기로 했다면서 지구를 감싸듯 이 위성들을 펼쳐 지상망 통신을 쓰기 어려운 세계 곳곳에 5세대(5G) 이동통신 속도로 우주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 회사의 클린트 크로시어 항공우주·위성 총괄은 8일 주요 언론과의 대담에서 “사람의 손으로 만든 ‘인공 천체’가 수자원 보호와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작물 수확량 예측 등을 도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시어 총괄은 “인공위성의 설계, 발사, 운영뿐 아니라 우주 데이터 수집, 분석, 공유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프라임 비디오’와 묶어 우주 통신 패키지를 내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웹서비스사는 인공위성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덧붙인 우주 클라우드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가 주도하던 위성통신 시장이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인류가 운용하는 위성이 사상 최초로 1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1세기 천문학자들은 저궤도 위성 군집을 ‘별자리(constellation)’로 부른다. 인간이 만든 이 천체는 별자리 이상으로 유용하다.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지구 차원의 문제도 척척 해결한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북동쪽으로 20㎞ 떨어진 곳에 있는 1만6000㎡ 규모 대형 창고에선 아마존이 저궤도 위성 사업 ‘프로젝트 카이퍼’에 쓸 위성 생산 준비가 한창이다. 이 시설이 준비하는 위성 생산능력은 하루 5개. 아마존은 저궤도 위성을 2026년 7월 1618개, 2029년 7월 3232개 상공 590~630㎞에서 운용해 통신 서비스를 가동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저궤도 위성 ‘샛2’ 2기를 발사해 내부 시험도 거쳤다.
아마존이 카이퍼로 제공하려는 통신 속도는 초당 1기가바이트(GB).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통신인 스타링크 속도(초당 50~200MB)보다 최대 20배 빠르다. 지난해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의 평균 속도였던 초당 939메가바이트(MB)를 웃돈다. 지상 통신망을 활용하기 어려운 격오지와 각국 정부, 공공기관 등이 아마존이 노리는 타깃이다. 위성을 쓰면 지상망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통신이 가능하다.
저궤도 위성은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상 기지국을 타격했지만, 통신망 무력화엔 실패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의 위성 덕분에 맘껏 드론을 운용할 수 있었다. 최근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중립국을 통해 스타링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통신망 하나를 적국끼리 공유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우주항공업계에선 아마존의 카이퍼도 안보용으로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데빈 페퍼 미국 우주군 준장은 지난 3월 ‘AFA 군사 심포지엄’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쓰인 상업용 위성들처럼 다른 상업용 위성도 갈등 및 위기 국면에서 미군 전력을 증강해 줄 것”이라며 “긴박한 순간에 이들은 미군에 가장 중요한 위성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먼저 시장에 뛰어든 스페이스X에 대적할 무기로 에지 컴퓨팅과 클라우드 기술을 꼽고 있다. 기존엔 인공위성이 찍은 영상을 분석하기 위해 지상 기지국이 그 영상 데이터를 다 내려받아야 했다. AWS는 에지 컴퓨팅 기술로 인공위성이 알아서 유의미한 이미지를 추려내도록 했다. 지상에선 위성과 연계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 이미지를 분석해 결론을 도출한다.
클린트 크로시어씨는 “2026년 세계 최초 상업용 우주정거장 운영을 목표로 하는 액시엄스페이스의 우주정거장에서도 AWS의 에지 컴퓨팅과 데이터 전송 장비가 각종 실험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대한 위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탄소 발자국 모니터링, 불법 어선 탐지, 산림·해양 자원 관리 등을 하는 데 위성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궤도 위성 4만2000대 운용이 목표인 스페이스X는 물량 공세가 한창이다. 올해 들어 나흘에 한 번꼴로 로켓을 쐈다. 이 로켓 하나로 위성을 최대 24개까지 띄운다. 지난 6일에도 팰컨9 로켓으로 23개를 띄웠다. 우주 통계 서비스인 오비팅나우와 플래닛4589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스페이스X가 올해 쏘아 올린 위성은 562개다.
스타링크 위성 수는 1세대 3587개, 추진력을 끌어올린 2세대 2157개 등 5744개에 달한다. 인류가 운용하는 위성 수는 9796개. 올해 1만 개 돌파가 유력하다. 지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인 겉보기 등급 6등성 이상 별의 수(8600개)보다 많다. 일론 머스크가 넘보는 새 무대는 화성이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사용하겠다는 스페이스X의 계획을 승인했다. 화성과 지구 사이에 통신망을 놓기 위한 첫발을 뗐다.
다만 AI 도입엔 신중한 입장이다. 머스크는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콘퍼런스에서 “AI를 로켓 엔진 설계나 전기화학에 적용하기엔 갈 길이 멀다”며 “스타링크도 AI를 안 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스페이스X가 주파수 대역폭을 넓힌 3세대 위성을 올해 선보여 아마존에 반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