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고령 리스크 vs 트럼프 사법 리스크 최대 약점
‘초박빙’ 바이든-트럼프…제3후보 케네디 변수
미 대선이 정확히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설욕을 벼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리턴 매치를 펼친다. 이번 대결은 2020년 대선 때와 정반대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공화 대선 경선에서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두 사람은 오는 7월, 8월 각각 밀워키와 시카고에서 치러지는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양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 대선에서 같은 후보가 2회 연속 맞붙는 것은 68년 만이다.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공화) 당시 대통령과 애들레이 스티븐슨 당시 민주당 후보가 두 번째로 대결했으며, 당시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연거푸 승리를 거뒀다.
또 미국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맞붙는 건 1912년 이후 112년 만이다.
그러나 미국의 유권자들은 대체로 두 사람의 재대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대선 열기가 종래만 못하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은 고령 이미지다.
그는 취임 이후 종종 공식 석상에서 넘어지거나 말실수해 고령 논란을 일으켰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두 번째 임기를 마치는 나이는 86세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나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중 하나는 TV 광고다. 바이든 캠프는 지난 9일 60초 분량의 3000만달러 짜리 광고를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광고에서 “보세요, 나는 젊은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건 비밀이 아니지만, 나는 미국 국민을 위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이해한다”며 자신의 치적을 어필한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우크라이나를 이라크로 잘못 말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룬 대통령’이라고 칭해 구설수에 올랐다. 또 지난 6월 공개 연설 때 작고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뜬금없이 호명해 인지 능력(정신 건강) 우려 논란을 일으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도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가 하락과 금리 인하 등으로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서 연준이 상반기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은 힘을 잃었고, 미국 1분기 경제 성장률은 1.6%(연율 확산)로 전문가 예상치(2.4%)를 밑돌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험 요인은 사법 리스크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4건의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 외에도 성관계 입막음 의혹 및 국가기밀 문건 무단 유출,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모의 등으로 네 차례 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줄곧 무죄를 주장해 왔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그가 기소될 때마다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봤지만, 본선은 다를 수 있다. 트럼프 재판 일정이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에 잡힌 것은 점은 변수다. 또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 무당층이 트럼프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도 지켜봐야 할 이슈다. 시위 장기화 시 바이든 행정부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반발 표심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연행자가 속출하는 등 격화하자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백악관 연설에서 폭력 시위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시위대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적인 시위는 미국인들이 중대한 사안에 반응하는 가장 좋은 전통이지만 우리는 무법 국가가 아니다”며 “우리는 시민사회이며 질서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연설 도중 뉴욕경찰(NYPD)의 전날 컬럼비아대 시위 진압을 언급하며 “보기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론 조사를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간 우세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추격도 만만치 않다.
더힐과 디시젼데스크가 최근 실시된 137개 여론조사 평균을 종합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42.1%)은 바이든 대통령(41.5%)을 불과 0.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케네디는 8.5%를 기록했다.
대선의 또 다른 변수 제3 후보
이번 대선의 변수 중 하나는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출마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 표를 더 많이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방송이 지난달 12~16일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바이든 대통령(44%)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반면 대선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외 케네디 후보, 흑인 사회 운동가 코넬 웨스트, 녹색당 질 스타인 5자 대결로 실시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바이든 대통령(39%)에 열세를 보였다. 케네디 주니어는 13%를 얻었다.
지난달 24일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16%에 달했다.
로버트 케네디 후보에 우호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케네디 주니어는 비뚤어진 조 바이든, 사상 최악의 미 대통령 재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이 ‘심은’ 급진 좌파 진보주의자”라고 썼다.
이어 그는 “‘케네디 주니어 지지표’가 기본적으로 쓸모없는 항의 표가 되겠지만 승패를 가를 수 있다. 공화당원들이 그에 대한 진실을 안다면 민주당에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확히 남은 6개월 표심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