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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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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86회

 안 동일 지음

  상위복, 임금의 죽음

다시 오늘의 창덕궁 중회당. 대비가 이윽고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흥선군의 제이자(第二子) 명복(命福)으로 익종(翼宗)의 대통(大統)을 이어 받도록 하도록 하시오.”
장내가 술렁였다.
‘흥선군?’
대비의 설명이 몇 마디 이어졌다.
“흥선군은 장조로 추존 되신 사도세자 마마의 3자이신 은언군의 직계 장손으로 전대에 계속 언급되어 온 삼종의 혈맥이오.”
대비는 입적으로 그리된 일을 직계 장손이라는 표현으로 기정화 했다. 장김은 아차 싶었다. 어떻게 저토록 확실한 삼종의 혈맥인 흥선군을 가벼이 봤던가 싶었던 게다.
“대왕대비의 말씀이 지당한 분부로 아옵니다. 황공하오나 후일의 증거로 친히 그 뜻을 글로 써서 내려 주십시오.”
원상 정원용이 요청했다. 이제 장김등 다른 중신들은 관객에 지나지 않았다.
조대비는 발 안에서 언문으로 한 장의 결정문을 썼다.
‘흥선군의 제 이자 명복으로 익종의 대통을 잇도록 하라.’
익종의 대통을 잇게 한다는 얘기는 자신의 양자로 삼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도승지가 이를 한문으로 번역해 교서를 만들었고 원상이 다시 나섰다.
“삼가 경사스럽고 다행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하오나 사왕(嗣王)은 아직 봉군(封君)하지 않고 계시오니 먼저 봉군의 분부를 내려주십시오.”
“과연 그렇소. 사왕 명복을 익성군(翼成君)으로 봉하고 곧 궁중으로 모셔 들이도록 하는데 예를 갖추어 마중 가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시오.”
그러면서 대비는 다음의 안배를 계속 풀었다.
김좌근의 표정이 다시 한 번 찌푸려져야 했다. 봉군의 준비까지 마친 것도 그랬지만 봉영 대신(奉迎大臣)으로 자신이 나가야 한다고 명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견을 낼 수 없는 것이 영상이 봉영대신을 맡는 것도 관례였다.
“자 다들 나가서 임무들을 수행하시고 오늘 봉영이 끝나면 내일 부터는 상복으로 입궐 하도록 하시오.”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대비의 권위를 스스로 더 높이는 분부였다,

대통을 이을 사왕이 예정대로 정해졌다는 소식은 대비전 나인들과 함께 중회당 문 앞에서 대기하던 순정에 의해 득달같이 금원에게 전해졌다.
“어머니가 애쓰셨어요.”순정이 의젓하게 말하며 금원의 손을 잡았다.
“그래 잘 됐구나, 이제부터 모두 더 바빠지게 됐구나.”
금원은 대비전으로 급히 가 주상궁에게 맡겨 놓았던 보따리를 찾아 구름재로 달려갔다.
보따리에는 10대 초반의 원자들이 입는 왕자의 궁궐 복장이 담겨져 있었다.
금원의 가마에 앞서 영상 김좌근과 원상 정원용의 연이 연이어 궁궐 문을 먼저 빠져 나갔다. 영상은 봉영대신의 복색을 갖추기 위해 재동 본가로 급히 가는 길 이었고 원상은 흥선군을 먼저 만나려 구름재로 가는 길이었다.

금원이 구름재 운현궁에 도착 했을 때 대문 앞에는 묵직한 연 가마 여럿과 호위군들이 늘어서 있었고 사람들이 수군대며 구경하고 있었다. 국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풍경이었고 분위기였다. 대문이 열려 있었다. 대문 앞에서 이호준 대감을 만났다. 그 역시 소식을 듣고 달려온 모양이다.
“삼호당께서 정말 애쓰셨소.”
환한 얼굴로 금원의 손이라도 덥석 잡을 기세였다.
금원과 호준이 대문에 들어서자 문을 지키고 있던 천희연이 반갑게 맞이한다.
“행수님 오셨수? 어서 드시오.”
호준에게는 고개만 까딱 했다. 희연의 표정도 달이라도 딴 했다. 하기는 정말 하늘에서 달 따고 별 따온 셈 아니던가.
호준은 사랑 쪽으로 가고 금원은 익숙한 걸음으로 내당 앞에 섰다.
“마님,  궐에서 낙선재 상궁마마님 오셨습니다.”
내당 하녀가 안에 대고 고했다.
이집에서 금원의 호칭은 참 많았다. 집주인 흥선은 삼호당, 안주인 민씨부인은 마마님, 천희연 몇몇 장장들은 행수님 이라고 불렀다.

“어서 드시게 해라.”

민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현숙하고 차분한 그녀였지만 이 아침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안방 안에는 마침 명복 도령이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민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금원을 맞았다

“참으로 감축드립니다.”

“다 마마님 덕분이라 것 잘 압니다. 애쓰셨습니다.”   금원은 보따리부터 건넸다.

“조금 있으면 궐에서 차사가 오실텐데 그때 입으시라고…”

“그렇지 않아도 뭘 입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고마울데가…”

“모두 대비마마님의 배려 이십니다.”

“예, 정말 두 분께는 제가 머리로 신을 만들어 드려도 모자랄 겝니다.”

모자는 옷을 갈아입으러 건넛방으로 건너갔다.
민씨는 명복에게 금원이 궁중에서 가져온 청포(靑袍)를 입히고 복건을 씌우고 복대를 채운 뒤 사랑으로 나가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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