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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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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75회

 안 동일 지음

민요. 민심은 천심

통문계도 년전의 통문계가 아니었다. 속은 어떨지 몰랐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일사분란하게 조직화 중무장화 돼 있었다.
하지만 부용사가 초토화 될 판이었다. 부용사 뿐이 아니었다. 안성의 청룡암 그리고 함양의 남계서원 까지 결사의 요새들이 모두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저들이 더 발끈하게 된 가장 큰 사단은 장김이 주도하는 만상 상단이 책문후시 인삼 거래의 이익금을 몽땅 털린 사건이었다. 장김과 자경단은 용화종의 용호단을 의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들은 아직 결사의 실체에 대해서는 다 파악하지 못한 듯 했다.
청계와 분임회합이 열렸고 장시간 격론이 오갔다. 결론은 저들과 정면 대적하자면 피해가 너무도 막심할 것이기에 아직 역부족이라고 인정하고 일단 피하기로 했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임술년 정월 부용사 동사의 식구들은 행장을 꾸려 각자의 은신처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그래도 적들은 끈질기게 쫒아왔다.
군산의 은적사와 미륵사가 먼저 저들에 의해 풍비박산이 났다. 야밤에 무장한 고수 30여명이 포졸들과 함께 들이닥쳐 닥치는 대로 베고 찌르고 불질렀단다. 주요 인사들은 피한 뒤 였지만 그래도 애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작으나마 힘이 되는 소식이 들어오기는 했다.
필제가 이끄는 명일당 선달형제들이 서북 방면의 퇴폐, 탐학 서원과 동헌의 아전들에게 치도곤을 가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 거사들은 오히려 저들에게 또 다른 도발로 여겨져 분통을 터뜨리면서 발톱을 더 세게 갈고 있었다.

27. 임술의 함성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더 속이 타는 법이다.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더 분기를 탱천하게 했다.
태을 회주도 당초의 방침을 바꿔 특단의 결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는 말이 맞았다. 남쪽의 진주에서 민심이 폭발 했다.
금원이 진주작변 민요의 소식을 들은 것은 동사 식구들의 집결지였던 명레방 갓바치 공방에서였다. 동사는 아예 완전 비워두었고 부용사는 최소 인원만 남겨 두고 온 식구들이 명례방과 종로통의 은신처에 흩어져 회주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금원도 그쪽으로 걸음을 자주 했다.
처음에는 잘된 일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방방곡곡에 웬만한 유지들은 파악하고 있는데 이번 작변의 주동자라는 유계춘은 전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를 중심으로 향반들과 농촌계 인사들이 민요를 일으켜 병사와 목사가 있는 두 동헌을 점거하는 통에 단계서원이 화를 면했다는 소식이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그쪽 자경단 놈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그게 궁금합니다.”
마침 명례방에 와 있던 덕배 아재가 물었다.
원래 진주 쪽 자경단은 작변이 일어나던 날 단계서원을 치기로 했었다. 단계는 을해결사의 영향력 하에 있는 몇 안되는 서원이었다. 단계 쪽에서도 이를 알았기에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들의 습격이 취소 됐단다. 민요 때문이었다.
“다음번 전언을 기다려 봄세, 아무튼 진주의 백성들이 우리 동패들을 구했네.”
“덕분에 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아직 구했다고 까지 하기는 이르죠.”
“그래도 긍정의 마음으로 감사하면서 많이 다치지 않기를 기도하세나.”
한양에 급보된 이 소식은 궁중의 임금을 놀라게 하였을 뿐 아니라, 조정 대신들, 특히 장동 김가, 고관들을 어쩔 줄 모르도록 놀라게 했다. 자신들이 오가작통과 자경단을 통해 백성들을 틀어 쥐고 있다고 자신 만만해 왔기 때문이었다.

연이어 올라온 연통과 인편을 통해 진주의 상황이 더 상세하게 전해졌다.
역시 중심은 그곳 상두계였다. 유계춘을 추동한 쪽이 상두계와 백정들의 형평계 였다. 하지만 계는 뒤편에 섰고 초군을 내세웠다. 초군이란 땔감 약초를 파는 나무꾼을 말했는데 그후 임술년 농민군들은 관솔 횃불을 든 자신들을 초군이라 불렀다. 진주의 초군들은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손에는 몽둥이나 농기구를 쥐고서, 주동자 유계춘이 지었다는 노래를 부르며 구름처럼 진주성으로 몰려갔다.
읍내 장터를 두 곳을 돌며 참가자를 규합해 세를 불린 뒤 성내 관아로 달려 들어가, 악덕 이방을 두들겨 팼고 악질 병사 백낙신을 잡으려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몇몇 악질 토호의 집에 불을 올랐다. 지역의 농민들도 속속 이 대열에 가담해 그 세력이 수만 에 이르게 되었다. 서원으로도 몰려갔으나 칼든 자경단이 지키고 있어 수염 기른 저들은 간신히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초군들은 마침내 병사 백가와 목사 채가를 찾아냈다.
겁에 질린 병사와 목사는 초군들에게 싹싹 빌었다.
“내 자네들의 요구를 다 들어 줌세.”
“그 말을 어떻게 믿는단 말이오 사또들이 한 두번 우리를 기망했소?”
“이번에는 진정 일세 이렇게 수결 하겠네.”
바닥에 놓여있는 붓을 잡으려니 자연 초군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일렁이는 횃불의 물결 속에 초군들의 함성이 진주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냥 참고 또 참았던 참기만 했던 백성들의 세상을 놀라게 한 함성이었다.
이월의 마지막 날 조정은 박규수를 진주 안핵사로 파견했다. 그래도 공정하게 일을 처리 할 믿을 만한 신료는 환재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스승님, 사람들이 많이 다치지는 않겠습니까?”
태을스님은 승복을 벗고 평복을 입고 있었다. 지난번 천호리에 나갔다가 봉변을 당할 뻔 했기에 이곳으로 오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금원도 스님대신 스승님이라고 불렀다. 만동의 살생부 때문이었다.
“글쎄 나도 그 걱정을 하고 했는데 상황을 더 봐야 할 것 같지.”
“벌써 이방을 격살하고 악질 토호의 집들을 불태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탈 없이 끝날 수는 없다고 봐야죠.”
“박대감도 입장이 난처할 겝니다.”
현봉이 나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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