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항소법원, 약 3억 달러 감액…10일 내 공탁 조건
성추문 첫 공판 기일은 다음달 15일로 확정, ‘사법리스크’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산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한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내야 하는 공탁금이 크게 줄면서 자산 압류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뉴욕주 항소법원은 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탁금을 기존의 4억5400만달러에서 1억7500만달러(약 2300억원)로 낮추는 결정을 내렸다. 단 10일 내로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앞서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은 지난달 민사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사기 대출을 받았다고 보고 이자를 포함해 4억5400만달러의 벌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즉각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진행을 위해서는 벌금 액수만큼을 공탁금으로 맡겨야 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공탁금 전액 납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는 공탁금이 너무 큰 액수라 현실적으로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벌금형 집행을 중단하거나 공탁금을 1억달러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원래 공탁금 납부 시한이었던 이날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탁금을 내지 못하면 뉴욕주 검찰이 그의 은행 계좌, 건물, 골프장, 전용기 등 자산을 압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산 압류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그가 10일 내로 1억7500만달러를 공탁하면,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1심 판결의 벌금 전액을 내지 않아도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 내로 해당 금액을 납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원이 “생명줄”을 내려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가 공탁금을 내기 위해 보유한 현금의 상당 부분을 소진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측 대변인은 “트럼프는 충격적인 사기에 대해 여전히 책임져야 한다”며 “이미 법원은 그가 자신의 자산가치를 거짓되게 부풀리려고 수년간 사기에 가담했으며 부당한 방식으로 자신과 가족, 자기 기업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판결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성추문 입막음 돈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공판 기일을 다음달 15일로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출한 문서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판을 90일 이상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머천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곧이어 성추문 입막음 돈을 지급한 것과 관련한 형사 재판 일정이 다음달로 확정되면서 ‘사법리스크’가 재확인됐다. 불과 한 시간 만에 법원에서 희비가 엇갈린 상반된 결정을 받아든 것이다.
4건의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신분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일정을 11월 대선 이후로 미루려는 전략을 펼쳐 왔지만, 이날 결정으로 차질이 생겼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 재판은 주 4회씩 최소 6주간 이어질 예정이어서 선거 운동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다만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나 기밀문서 유출 혐의 등에 관한 재판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머천 판사의 결정에 대해 “선거 방해”라며 “어떻게 선거 운동 기간 한가운데 재판을 할 수 있나. 전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재판이) 가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약하고 혼란스러우며 지쳐 있다”고 한 뒤 “트럼프 캠프는 모금도 할 수 없고, 트럼프는 컨트리클럽 밖 유세에는 관심도 없다”고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