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허 바이든 특검, ‘ 뉴요커’ 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자 2세…”미국 없었다면 내 삶 매우 달라졌을 것”
“엄격한 한국식 교육에 …반항으로 드럼을 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의혹 수사 과정에서 기억력 문제를 지적해 미국을 뒤흔든 한국계 로버트 허(51) 전 특별검사가 6.26 전쟁 당시 한국이 미국에 진 빚으로 특검을 수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 전 특검은 22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한국 이민자 2세로서 미국에 대한 헌신이 특검직을 맡게 했다고 소개했다.
허 전 특검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과 주한미군이 없었다면 부모님과 내 삶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라며 “나와 내 가족은 이 나라에 진정한 빚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건이었다. 수사 결과를 놓고 공화당은 범죄 증거가 있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을 봐줬다고 비난했으며, 민주당은 기소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허 전 특검이 정치적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허 전 특검은 “불쾌한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도덕적 잣대와 윤리적으로 부합하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전 특검의 부모님은 1970년대 초 미국으로 이주했다. 1973년 태어난 허 특검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마취과 의사로 은퇴했으며,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하며 남편의 병원을 관리했다.
허 전 특검은 “엄격한 한국식 교육을 받은 탓에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한국식 교육은) 상당히 엄격했고, 재미는 지극히 선택 사항이었다”고 유년 시절을 돌아봤다. 일종의 반항으로 드럼을 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에 진학한 허 전 특검은 “나에겐 오래 걸리는 일을 친구들이 훨씬 수월하게 해내는 걸 보고 놀랐다”면서 “천재 소리를 들어본 적 없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의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중도 포기했다.
허 특검은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해 연방대법원 재판연구원을 시작으로 법조계 생활을 시작했다. 법무부에서 총 15년 근무하면서 법무차관 수석 보좌관, 메릴랜드주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명으로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으로도 근무했다. 등록 공화당원으로 알려졌다. 허 전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퇴임 후 국가안보 관련 기밀 문건들을 무단으로 유출해 보관하고 있었다는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이후 지난달 8일 바이든 대통령이 고의로 문건을 유출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나이와 기억력 등을 고려할 때 기소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을 동정심 많고 선의가 있으며 기억력이 좋지 않은 노인으로 묘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아들 보 바이든이 언제 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언급,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지적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81세 나이로 ‘고령 리스크’ 논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