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수준 주둔·훈련 필요’ 강조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20일(현지시간)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현 주한미군 규모인 2만8500명을 유지하고 한반도 안팎에서 각종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회색지대에서 경쟁하기 위한 물리적·정신적·영적 대비태세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색지대는 대규모 정규전이 아닌 저강도 도발을 의미한다. 그는 한반도 안과 바깥에서 이뤄지는 양자 및 3자·다자 차원의 군사훈련, 다영역에서의 실제 및 가상 훈련, 차세대 역량 실험 등을 투자의 사례로 언급했다. 북한의 저강도 도발 우려에 대응해 현 수준의 주한미군 주둔 및 훈련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한반도에 제3국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중·러 모두 한국에 미군 2만8500명이라는 합동 전력이 전방 배치됐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주둔이 중·러로 인한 분쟁 억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러캐머라 사령관의 발언은 재임 시절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하려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겨 재집권할 경우 주한미군 규모를 또다시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2기 출범 시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이 여전히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아니면 변화가 필요한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량살상무기(WMD) 도발과 긴장 고조를 이어가는 의도에 대해선 “최우선 순위는 정권 생존”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정권 생존에 필요한 WMD를 개발하고 있고 제재를 완화시키려고 한다. 자기 나라를 방어하려 준비하고 있고, 그게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이날 군사위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이 핵무기를 포함해 군사력 증강을 계속하고 있고,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 사진은 평택 미군기지 안에 위치한 6.25 전쟁의 영웅 군종 신부 에밀 카폰 대위의 기념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