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머 상원 원대대표까지 나서 “이스라엘 정권 교체 필요”
내부 여론 악화…라이벌 부상도 네타냐후 압박
가자지구 전쟁이 만 5개월을 넘긴 가운데, 인도주의적 위기와 인질 문제로 국내외 비판을 받아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지지부진한 인질 협상으로 거센 내부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황에 우방 미국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나오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향후 거취가 가자지구 전쟁의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 상원 민주당 일인자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네타냐후 총리가 국익보다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한다고 맹비난하며,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위 사진은 네타야후(오른쪽)가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을때 나란히 포즈를 취했던 모습.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슈머 원내대표는 상원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최대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하면서 길을 잃은 듯하다”며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희생을 너무 많이 용인했고, 이때문에 전 세계의 이스라엘 지지를 역대 최저치로 떨어트렸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스라엘은 왕따(pariah)가 돼선 살아남을 수 없다”며 “네타냐후 연립정부는 (전시 상황에서) 이스라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세계는 빠르게 변했는데, 통치 비전은 과거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시기에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 미래에 대한 건강하고 열린 의사결정을 허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불신임을 드러냈다.
슈머 원내대표는 가자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에 강한 지지를 표한 ‘든든한 우군’이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연대를 표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에 미국 민주당 주류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신임을 잃고 완전히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네타냐후 총리와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최근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을 돕기보다 오히려 해만 끼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으며, 한 비공개 자리에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을 거칠게 표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이 같은 어조 변화는 의도적인 것이라며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인도적 지원에 대한 우리의 수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고 전했다.
우방 미국 행정부의 압박은 네타냐후 총리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지지율은 전쟁 이후 하락하고 있다.
지난 1월19일 공개된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의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를 총리직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고 있다는 응답자는 31%에 불과했다.
하마스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가 인질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고,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인질 130여명이 여전히 억류된 가운데 이들의 생환을 우려하는 여론은 커지고 있다.
정치적 라이벌인 야당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의 부상도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마리브의 같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0%가 간츠 대표가 총리직에 더 적합하다고 했다.
서방에서도 간츠 대표를 차기 총리감으로 보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일원이기도 한 간츠 대표는 이달 초 미국과 영국을 잇달아 방문해 각국 정상과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가자 전쟁 관련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