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야당대표 ‘베니 간츠’ 방미 환대 받아,
네타냐후, 민간인 피해 줄이고 구호 통로 열라는 미국 요구 무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전시 내각 일원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사진)의 미국행을 놓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네타냐후 총리의 갈등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총리는 한 명”이라며 격분한 가운데, 백악관은 간츠 대표가 전시 내각의 일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의 방미를 옹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시간) 간츠 대표의 방미와 관련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구성원이 미국과 전쟁 상황 및 인도적 지원 문제,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 논의하길 원했고, 우린 이런 중요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간츠 대표는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과 회담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가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을 방문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커비 조정관은 간츠 대표가 먼저 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간츠 대표와 가까운 이스라엘 정치권의 소식통은 한쪽의 일방적인 방문 요청이나 초청이 아니었으며, 만남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알자지라는 “이는 이스라엘에서 또 다른 소통 창구를 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미국 정부에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소식통은 AP통신에 “간츠의 방문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인질 석방 협상을 원활하게 하도록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번번이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 가자지구 북부에서 식량을 얻기 위해 구호트럭에 몰린 민간인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수백명이 죽고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구호 통로를 열라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시작한 것도 네타냐후 총리가 육로 개방 요구를 무시한 데 따른 ‘차선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간츠 대표를 만난 해리스 부통령은 구호트럭 총격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지상전을 시작하기 전 민간인 보호 대책을 세우고 인도주의적 지원 계획 역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이번 회담이 이스라엘 극우 정부의 전쟁 방식에 대한 백악관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가 ‘말 안 듣는’ 네타냐후 총리 대신 간츠 대표를 협력 가능한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간츠가 전시 내각의 일원이기 때문에 만났고, 그는 이 전쟁을 어떻게 수행할지와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투표권과 몫이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