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장편소설
지난 가을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에 이어 2관왕
한국의 소설가 한강(54)이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품으로는 2018년 황석영 작가의 ‘해 질 무렵’ 이후 두 번째 수상이다.
기메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29일(현지시간)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세 작품 가운데 ‘작별하지 않는다’를 수상작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심사위원단은 “우정에 대한 찬가이자 상상력에 대한 찬가이며, 무엇보다도 망각에 대한 강력한 고발”이라며 “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면서 수십 년 동안 묻혀 있던 충격적인 기억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 작가를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의 한사람으로 여겨진다. 작가의 책이 출판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하나의 사건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한 작가는 출판사를 통해 “이 소설은 작별 인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들은 깊은 밤, 바닷속에서 촛불을 켠다. 그들처럼 깜빡이는 빛에 대한 믿음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프랑스 파리 소재 유수 박물관의 하나인 기메박물관(국립동양미술관)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2017년 프랑스의 아시아 문학 활성화를 위해 제정됐다. 매년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한강 작가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소설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8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 번역으로 출간됐다. 위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작가가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모습 .
이번 수상의 의미에 대해 한국문학번역원 측은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양심과 표현의 자유, 개개인의 정체성과 집단 역사, 그리고 환경과 같은 현대 사회 문제를 반영한 작품에 수여한다”며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문학작품 속에 잘 반영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