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범죄예방법 도입 이후 첫기소 , 법무부 “역사적 판결”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성 정체성에 기반한 증오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법무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법원(위 사진)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총격 살해한 남성에 만장일치로 유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져왔지만,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가 피해자에게 ‘성관계한 사실이 알려지면 해를 끼치겠다’고 위협해 왔으며,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지인들이 트랜스젠더와 성관계를 가진 것을 조롱하자 크게 분노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기록에 따르면 그는 피해자 여성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해 권총으로 머리를 세 번 쏴서 살해했다.
피고인 남성은 추후 열릴 공판에서 형기를 선고받을 예정이며, 검찰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판은 법원이 성 정체성에 기반한 혐오 범죄를 적용해 판결한 첫 번째 사례다. 2009년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피해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범죄 동기와 연관이 있는지 고려되지 않았다. 이후 혐오범죄예방법이 도입돼 2017년에는 피해자의 성 정체성을 노린 범죄 혐의로 기소된 첫 번째 사례가 나왔지만, 재판에 회부되지는 않았다.
크리스틴 클라크 법무부 차관은 “역사적인 판결”이라면서 “배심원단의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흑인 트랜스젠더의 삶은 중요하며, 편견에 의한 폭력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증오 범죄의 가해자는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으로 기소될 것”이라고 했다. 벤저민 C 마이저 법무부 차관대행도 “그 누구도 자신이라는 이유로 치명적인 폭력을 두려워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2022년 FBI는 성정체성에 기반한 혐오범죄가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UCLA대학 윌리엄스연구소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시스젠더(지정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에 비해 강간·성폭행 등 폭력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4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