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두 국가 해법 “광범위 지지” 확인
브라질, 안보리 등 유엔 개혁 의제 띄우기 총력
22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침공에 대한 각국 이견만 노출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선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확인했지만 휴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외교적 해법 논의는 진전이 없었다.
23일 AP, NHK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현지시간으로 21~22일까지 이틀 동안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정세, 유엔 등 국제기구의 개혁을 주제로 각국 외무장관의 논의가 계속 됐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침공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회원국 간 의견 차이가 컸음을 드러냈다.
의장국인 브라질의 마우로 비에이라 외교장관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침공에 대해 “몇몇 나라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침공을 비난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곧 2년이 돼가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7개국(G7)과 러시아, 그리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남반구를 중심으로 분포한 신흥·개발도상국 통칭) 국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NHK가 보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선 ‘두 국가 해법’을 광범위하게 지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은 이날 G20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가자지구 전쟁 관련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데 사실상 만장일치로 표명했다”고 밝혔다.
한 브라질 외교부 관계자는 AFP에 “단순히 ‘만장일치’라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모든 연사가 이 문제를 언급하진 않았기 때문”이라며 “장관 대부분 이 문제를 다뤘으며, 관련 언급을 한 장관은 모두 두 국가 해법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이 자리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도 참석했다. 특히 보렐 대표는 비에이라 장관에게 폐막 성명을 이용해 G20에서 두 국가 해법을 모두 찬성했다는 걸 전 세계에 알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U 보렐 대표는 취재진에게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강력한 요청이었다”며 “공통 분모는 팔레스타인이 (그들만의)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명확한 정치적 전망이 없다면, 평화도 없고 지속 가능한 이스라엘 안보도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며칠 내 아랍권에서 이와 관련된 제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전쟁이 4개월을 훌쩍 넘기면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 한때 이스라엘 최대 우방이었던 미국도 민간인 보호와 두 국가 해법 관련 이스라엘과 마찰을 빚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비에이라 장관은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진행 중인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많은 나라가 우려를 표명하고, 분쟁이 인접국가로 확산될 위험을 지적했다”며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 중지를 많은 국가가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지적받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기구에 대해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회원국들이 공유했다. 의장국인 브라질은 올해 9월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제2차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논의를 심화할 계획이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다음 주 상파울루에서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