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의원도 ‘하위10%’ “이재명, 개인 복수 자행”…탈당 가능성도
최하위권 셀프공개한 비명계 현역 8명으로 늘어…
“이 대표, 혁신이란 명목 하에 공천 적극 개입…비명횡사 주도”
야당 더불어 민주당의 공천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비이재명계 중진 설훈의원이 23일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현역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설 의원은 탈당 가능성도 시사했다.
설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순히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 대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재명 대표가 아닌 국민을 위한 민주당을 지키고자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본연의 가치를 다잡고 정신을 지키고자 앞장섰다는 이유로 하위 10%에 밀어 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단 한 번도 민주당에 부끄러운 짓을 저지른 적이 없으며, 누구처럼 민주당을 방탄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사법리스크로 민주당의 발전을 저해시키지도 않았다”며 “이것이 비명횡사이며 사천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선 “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어떤 의정활동을 하셨나”라며 “같은 상임위원으로서 이 대표의 얼굴을 상임위장에 본 것이 손에 꼽는다. 질의와 법안 발의는 얼마나 했나”라고 물었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검찰에 의한 무고한 정치 수사이며, 다른 의원들의 사법리스크는 모두 범죄냐”라며 “그렇다면 저 내로남불의 윤석열 대통령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대표는 혁신이라는 명목 하에 자신과 자신의 측근에게는 전혀 칼을 대지 않고, 오히려 공천에 적극개입하여 ‘친명횡재, 비명횡사’를 주도하고 있다”며 “자신을 비판했던 의원들을 모두 하위 20% 안에 포함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탈당 여부는 조만간에 말씀 드리겠다”며 “저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기엔 사안 자체가 너무 심대하니 상의해서 제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당 공관위가 지난 19일부터 ‘하위 20%’ 의원들을 대상으로 개별 통보에 들어간 가운데, 통보 받은 의원들이 줄지어 ‘커밍아웃’을 선언하며 심사 결과에 반발해 공천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까지 최하위권 통보 사실을 직접 공개한 의원은 설 의원을 비롯해 김영주·김한정·박영순·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7명이다. ‘하위 10%’ 의원은 경선 득표 30%, ‘하위 20%’ 의원은 20% 감산 페널티를 받는다.
정치권에 따르면 하위 20% 평가에 반발한 박용진·김한정 의원의 재심 신청을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하루 만에 기각한 데 이어 이 대표가 공천 결과를 수용하라고 요구하자 비명계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이날 농성 중인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실무 책임 맡은 조정식 등이 과감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맨위 사진)
친문계 전해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대 총선결과를 보더라도 공천이 잘못되거나 또 공천과정이 국민에게 납득할 수 없을 때는 총선 결과가 굉장히 안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1차적인 책임은 현 지도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비명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친명계의 불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도부의 희생 없이는 공천 국면에서 발생한 계파 갈등이 수습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대표는 총선 불출마설이 제기될 때 마다 거듭 부인해왔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불출마하는 건 계양을 지역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완주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 사무총장과 김 수석사무부총장은 단수 공천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조 사무총장의 지역구 시흥을 출마를 선언했던 김윤식 전 시흥시장, 김 수석사무부총장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 출마를 발표한 전병헌 전 의원 등 대부분 유력 후보들은 검증위 과정에서 컷오프됐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인적으로도 당의 입장에서도 현실적으로 모두 함께 갈 수 없어 안타깝다”며 “과정을 거쳐서 결국 선수는 한 명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역 이름을 뺀 여론조사 논란과 현역 의원 하위 20% 대상자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사퇴론에 대해 “툭하면 사퇴하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365일 대표가 바뀔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 대표는 비명계가 이번 공천 과정을 이 대표의 사천, 불공정 공천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명이나 사과 메시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