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며느리가 회사 일으킨 드라마 같은 이야기”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불닭볶음면’ 개발 비화 전해
경제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불닭’으로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세계 라면 시장을 뒤흔든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삼양식품) 부회장 (위 사진) 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이를 두고 WSJ은 “전업주부였던 대기업 며느리가 회사를 일으킨 드라마 같은 스토리”라고 평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의 효자품목 ‘불닭볶음면’의 개발을 이끈 주역이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유튜브 먹방’과 K팝 등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WSJ은 김 부회장을 ‘한국에서 손꼽히는 여성 기업인’이자 ‘한국 최초 인스턴트 라면 회사 삼양식품의 며느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1998년 IMF로 회사가 부도 위기를 맞은 시점, 시아버지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권유로 입사했다고 전했다.
불닭볶음면 출시 이후 삼양식품 영업이익은 2012년 81억원에서 2022년 862억원으로 10배 이상 상승했다. 삼양식품은 2017년 수출 1억달러에서 시작해 2022년 식품업계 최초로 수출 4억달러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입사 초기 김 부회장은 재정 안정·원가 절감에 주력했다. 그러던 중 2010년 경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식당에 사람이 가득한 걸 보고 ‘매운 라면’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아이디어는 춘천 닭갈비를 차용해 ‘닭갈비 볶음면’을 해보자는 조미개발팀장의 의견과 결합해 ‘매운 닭 볶음면’으로 재탄생했다.
김 부회장은 개발팀과 몇달 간 국내의 매운 음식점을 탐방하고 닭 1200마리와 소스 2톤을 소비하는 등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2년 4월 지금의 ‘불닭볶음면’이 탄생했다.
불닭볶음면은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매운맛으로 유명해졌다. WSJ는 불닭볶음면이 타바스코 소스의 2배, 매운맛을 평가하는 스코빌 지수 4404점을 기록할 정도로 맵고, 불닭크림맛·하바네로라임맛 등 다양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불닭볶음면이 미국 현지 인스턴트 라면보다 3배가량 비쌈에도 불구, 미국 월마트와 미주내 한인 최대 식품체인 H 마트 등에서 가장 잘 팔리는 라면으로 손 꼽힌다고 전했다.
또 한국 코스트코는 올해부터 일부 지점에서 불닭볶음면을 시범 판매 후 전국 매장으로 판매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대형 마트 체인 앨버슨 상품 담당자는 “디자인·맛·품질이 좋을 뿐 아니라, 미국 내 라면 수요 증가를 충족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미국판매법인 ‘삼양 아메리카’ 영업을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인 들의 인식 변화로 인스턴트 라면 시장은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 진출규모 확대의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김 부회장 부부는 2020년 50억원의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었다. WSJ는 김 부회장이 2023년 8월 대통령 특별 사면을 받고 삼양라운드스퀘어 최고경영자(CEO)로 현직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김 부회장이 경영진으로서 특히 종업원들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히트 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채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등 회사가 나아갈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김정수 부회장은 1964년 서울생으로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했다. 삼양식품 오너 2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결혼한 뒤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를 겪고 부도를 맞자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국내 식품기업들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대표 ‘K-푸드’로 자리 잡은 ‘불닭볶음면’을 발판으로 K-푸드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오너가의 횡령죄로 실추된 삼양식품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안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