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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의 지성’ 정의채 몬시뇰, 영원히 잠들다

 30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서 성대한  장례미사
“세계의 사랑과 평화를 위한 혜안으로 존경받으신 분”

한국 천주교계의 빛나는 지성으로 불린 정의채 베드로 몬시뇰 신부의 장례미사가 30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진행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30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정 몬시뇰 장례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정의채 몬시뇰은 우리 교회 뿐만 아니라 사회의 큰 어른이고 지성이었다”며 “세계의 사랑과 평화를 위한 혜안으로 존경받으신 분”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정 대주교는 “늘 우리 교회와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시고 앞장서 실천하신 분”이라며 “권력에 기울지 않고 바른 말씀으로 사회의 지표가 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착한 목자의 삶을 다 했다”고 덧붙였다.
정 몬시뇰은 지난 27일 향년 98세에 노환으로 선종했다.

1925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정 몬시뇰은 1953년 사제수품을 받았다. 가톨릭대학을 졸업하고 부산 초량본당과 서대신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한 뒤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과 그레고리안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우르바노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뮌헨대학교와 S.J.철학대학에서도 철학을 공부했다.
1961년부터 1984년까지 가톨릭대학 신학부(現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로 지내며 부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불광동본당·명동본당 주임신부를 지낸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장을 맡으며 후학을 양성했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서강대 석좌교수를 지냈고, 2005년 몬시뇰에 임명됐다. 올해는 정 몬시뇰이 사제수품을 받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몬시뇰은 최고 원로 신부를 칭하는 명예 호칭이다. 주로 주교 서품을 받지 않은 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원로 평신부에게 교황이 수여 하는데 지금까지 한국의 몬시뇰은 30명 남짓이다.

1990년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특명으로 제8차 세계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에서 ‘가톨릭 신학생 양성’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기도 했다. 1991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그는 <형이상학> <존재의 근거 문제> <중세 철학사> 등 많은 저서와 역서를 썼다.  그는 특히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에게서 ‘신은 있는가’, ‘삶은 왜 고통스러운가’ 등 인생의 본질과 맞닿은 24가지 질문을 전달받기도 했다. 당시 불광동 본당 신부였던 정 몬시뇰은 답변을 준비했으나 이 회장이 별세하는 바람이 답을 들려주지 못했다.

정 몬시뇰은 원로 종교인으로서 진보·보수를 넘어 노무현, 이명박 등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서는 ‘남 탓’하는 태도를 꼬집었으며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향해서도 ‘나를 따르라는 식’의 태도를 지적했다.

몬시뇰의 장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이다.  (안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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