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 회의론 심화…현실화 땐 한·일 핵무장론 ‘고개’ 우려 계속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 ‘거래’를 추진하려 한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13일 보도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지만, 갈수록 커지는 비핵화 회의론과 맞물려 여러 관측을 낳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과 폴리티코의 보도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북한의 핵 동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해주는 것을 대북정책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측 대북구상을 브리핑받은 소식통 3명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하되, 새로운 핵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핵 동결 약속을 잘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증 체제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욕이 강하다”면서 비핵화는 장기적인 목표 정도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그 배경으로 “소용없는 핵무기 관련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큰 일, 즉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그는 “혼란을 초래하려는 민주당 공작원들의 소행”이라면서 “기사에서 단 하나 정확한 것은 내가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것”이라고 했다.
폴리티코가 보도한 ‘북핵 용인론’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기존 한·미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동안 역대 미 행정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식량 지원, 제재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만약 북한이 보유 중인 핵탄두와 핵무기 원료들을 그대로 둔 채 더 이상 늘리지만 않는다는 전제로 제재를 완화해준다면, 이는 사실상 북한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과 같은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북한의 자발적인 핵 포기가 점점 요원해지면서 핵 동결이라도 먼저 추진해 상황 악화를 막자는 식의 주장은 최근 미 조야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미국의 대화 제안에 전혀 응답하지 않는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에 나서고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국 내 비핵화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상황은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에 중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부인하기는 했지만,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한과 ‘파격’ 담판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