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중인 이란 여 기자 대신해 ‘노벨 평화상’ 받은 가족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10대 자녀와 남편, 10일 오슬로에서
수감 중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란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벽면 사진)의 10대 자녀와 남편이 10일 밤,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랜드 호텔에서 노르웨이 평화위원회가 수상자 모하마디를 위해 주최한 횃불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위 사진)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 생활 중인 이들은 이날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모하마디 대신 상을 받았다.
모하마디는 이란의 여성인권운동가이자 기자로 1972년 4월 생으로 (51세) 이맘 호메이니 국제대학교 (물리학)를 나온 이래 언론계에서 활동 했으며 같은 언론인 타기 라흐마니 씨와 1999년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2023년 노벨 위원회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그녀를 선정한 것은, 유엔 총회가 ‘세계 인권 선언’을 채택한 지 75년이 되고 지난해 9월 시작된 이란의 ‘히잡 시위’가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
‘히잡 시위’는 22살 여성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체포된 지 사흘 뒤인 지난해 9월16일 의문사하면서 촉발돼 전국적인 시위로 발전했다. 항의 시위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이란 정부는 시위 참가자를 사형에 처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이란 매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1월까지 반정부 시위로 최소 522명이 숨지고 2만여명이 체포된 걸로 추정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아미니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아미니의 아버지를 한때 억류하는 등 여전히 강경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지난해 11월, 2019년 11월 전국적인 시위 과정에서 이란 보안군에게 살해당한 에브라힘 케타브다르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감옥에 있으면서도 이란 정권의 인권 탄압 실태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를 통해 발표한 글에서 “(이란) 정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를 옥죌수록 우리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모하마디는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가 세운 인권단체인 ‘인권 수호자 센터’ (DHRC)의 부대표를 맡는 등 이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모하마디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이란 여성들의 용감함을 부각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엘리자베스 트로셀 대변인은 “그들은 보복, 협박, 폭력, 구금에 맞서서 용기와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디의 가족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자유를 향한 이란의 투쟁에서 역사적이고 엄청난 순간”이라며 영광을 모든 이란인들, 특히 용감한 여성과 소녀들에게 돌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 이슬람 혁명 수비대가 운영하는 뉴스 통신사인 파르스 통신은 “서방이 이란 국가 안보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모하마디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고 보도한바 있다.
현재는 이란 정부에 의해 이란에서 가장 악명높은 교도소인 에빈 교도소에 구금되어있다. (안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