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러시아 억류 자사 기자 석방 촉구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국장이 4일 러시아에 간첩 혐의로 9개월여 동안 구금돼 있는 자사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석방을 촉구했다. 에마 터커 WSJ 편집장은 이날 게르시코비치 구금 250일을 맞아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을 통해 “에반을 집으로 데려올 때” 제하의 글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터커 편집장은 영국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WSJ 창간 133년 만에 첫 여성 편집국장이 된 인물이다.
터커 편집장은 “12월4일은 우리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가 취재 중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부당하게 구금된 뒤 간첩 혐의로 억울하게 기소된 지 250일이 되는 날”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립 언론 탄압이 외신에까지 확대된 지 250일이 되는 날”이라며 “에반이 구금된 이후 많은 외신 기자들이 러시아를 떠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것은 또한 에반이 많은 사람들에겐 당연한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접근하지 못한 채 악명 높은 국가 보안 감옥에 갇혀 있던 250일”이라면서 “WSJ 독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에 대한 에반의 통찰력 있는 보도를 접하지 못한 지도 250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냉전 이후 러시아에서 미국인 기자가 처음으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자유사회의 근간인 자유 언론 개념이 유례 없는 도전을 받은 지 250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것은 에반의 가족과 친구, WSJ 동료들이 다른 언론사 및 언론 자유 옹호자들과 함께 그의 석방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 온 250일”이라면서 “그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않았지만 우리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250일은 너무 길다. 이제 에반을 집으로 데려와야 할 시간”이라면서 “에반과 언론자유 대의를 위해 함께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모스크바 특파원인 미국 시민권자 게르시코비치는 지난 3월29일 러시아 중부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취재 중 간첩 혐의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러시아는 군산복합체 내 기업 활동에 대한 국가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4월 이 사건을 ‘부당한 구금’으로 지정하고 그의 석방을 위해 러시아 정부와 물밑 협상을 진행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르시코비치의 미결 구금 기간은 세 차례에 걸쳐 내년 1월30일까지로 연장됐다. 간첩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최대 징역 20년을 선고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