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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 총회, “화석 연료 퇴출만이 과학 아냐”

“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겼나”  VS  “설득력 있는 현실론”

기후 위기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의 의장을 ‘산유국’에 맡겨도 될까. 회의 개최 전부터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우려가 나왔는데 그대로 현실이 됐다.
영국 일간매체 가디언은 지난 3일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의 술탄 알 자베르 의장이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화석 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이나, 시나리오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자베르 의장이 지난달 21일 한 온라인 행사에서 전 유엔 기후변화 특사였던 메리 로빈슨의 질의 과정에서 이같이 답하는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앞서 지난 1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에 “과학은 명확하다.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을 궁극적으로 멈춰야 한다”라며 “감축하거나, 축소하는 게 아니라, 퇴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보도 시점으로만 보면 자베르 COP28 의장이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자베르 의장은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면서 국영 석유회사인 아드녹의 최고 경영자(CEO)이기도 하다.

해당 영상에서 자베르 의장은 “화석연료 감축은 피할 수 없지만, 실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로빈슨에게 “세계를 동굴 속에서 살던 때로 돌려놓고 싶지 않으면, 사회경제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개발을 하면서 화석 연료 퇴출을 할 수 있는 로드맵을 내놓아라”라고 말했다. 또 “세계는 에너지원이 계속 필요하다”라며 “(UAE는) 석유와 가스의 탄소 집약도가 가장 낮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로빈슨은 “당신의 회사가 미래의 화석 연료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 않나”라고 묻자 자베르 의장은 “당신이 편향된 미디어를 보고 있고, 그 정보는 틀렸다”라고 주장했다.

세계 19개국 과학자들의 네트워크인 ‘미래의 지구’와 국제과학평의회와 세계기상기구의 후원으로 설립된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 등 연구진은 자베르 의장의 발언이 보도된 지난 3일(현지시간) ‘기후 과학의 10가지 새로운 통찰 2023/2024’ 보고서를 내고 ‘화석연료의 신속한, 단계적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나온 기후과학 연구를 검토해 10가지 통찰로 종합했다.
연구를 보면 화석 연료의 생산 기준, 소비 기준 양쪽으로 봐도 기존 인프라의 수명 동안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5도 목표(달성 확률 50%)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을 이미 넘어섰다. 기존의 ‘석유 추출 시설’을 유지하면 1.5도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천연가스, 석탄 시설까지 합치면 ‘2도 목표’ 탄소 예산에 가까워진다.

보고서는 “파리협정의 목표 범위를 유지하려면 신속하고 관리된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득 국가가 전환을 주도하고 저소득 국가를 지원해야 한다”라며 “사회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종합보고서도 “화석 연료 인프라에 추가 설치 없이도 1.5도 목표를 위해 남은 탄소 예산을 초과한다”고 밝혔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 9월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에서 “새로운 장기 원유, 가스 생산 프로젝트는 필요하지 않다. 새 탄광, 광산 확장, 새 석탄 발전소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저명한 기후과학자인 장-파스칼 판 이페르셀(전 IPCC 부의장)과 마이클 E. 만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교수 등은 지난 3일 자베르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후 시스템의 측면에서 본다면 2050년까지 화석 연료 퇴출에 합의하는 것을 인류가 반드시 합의해야 하고, 숲 파괴도 멈춰야 하는 게 ‘저지선’”이라며 “2050년까지 매우 적은 비중의 화석 연료가 쓰일 수는 있으나, 100% 포집돼서 저장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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