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카터 전 대통령의 77년간 함께한 반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카터 센터에 따르면 로잘린 여사는 이날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생을 마쳤다.
치매 진단을 받고 투병해 온 로잘린 여사는 지난 2월부터 자택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왔었다. 카터 부부는 77년간 결혼생활을 해왔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결혼한 대통령 부부다. 로잘린 여사는 카터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연인으로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퇴임 이후에는 인도주의 활동을 함께 했다.
로잘린 여사는 특히 미국인의 정신 건강을 돕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고 의료 지원, 인권, 사회 정의 및 노인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는 정치적인 기민함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이 1962년 조지아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시작할 때 캠프 주요 인사로 활동했고 남편이 1970년 조지아 주지사에 당선되는 데 기여했다. 또 대통령 특사로 중남미 국가들을 방문했다.
이들 부부는 1980년 카터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애틀랜타에 인권, 민주주의 및 공중보건을 옹호하는 카터 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로잘린은 내가 성취한 모든 것의 동등한 파트너였다”라며 “그는 내가 필요로 할 때 훌륭한 길잡이가 돼 줬고 격려를 해주었다. 로잘린이 세상에 있는 한 나는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지지한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카터 대통령은 이제 77년간 함께 한 부인이 세상을 떠나 홀로 여생을 보내게 됐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올해 99세로 역대 최장수 미국 대통령이다. 장수했던 것으로 유명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망 당시 나이보다 3살이나 많다. 그는 2015년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에 전이된 것이 발견돼 수술받은 바 있다.
이후 여러 건강 문제를 겪은 카터 전 대통령은 올해 2월18일부터 카터 여사와 함께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왔다. 호스피스 돌봄은 보통 만성 질환이나 불치병으로 투병하는 시한부 환자들이 사망하기 전에 받는 치료 과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이 가장 최근에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9월30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지미 카터 도서관에서 열린 그의 생일 축하 행사였다. 그의 생일 축하 행사는 당일인 매년 10월1일에 열렸지만 연방 정부의 ‘셧다운’ 가능성으로 인해 올해는 하루 앞당겨 열렸다.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인 조시 카터는 지난 8월19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할아버지가 ‘마지막 장’에 들어섰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 돌봄이 시작된 지 8개월이 지난 현재도 살아있어 그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이제 그가 100세를 넘어 내년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일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그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난 뒤 진행되는 8번째 대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