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미중관계의 영향 연장계약 무산
막내 ‘샤오치지’ 3살 생일 축하하러 관람객 모여
워싱턴 DC의 한 동물원이 수십년 동안 관람객으로부터 사랑받던 자이언트 판다 가족과 작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악화된 미중관계의 영향이 크다고 얘기되는 일이다.
27일 오전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전시관 앞에는 샤오치지의 마지막 생일 잔치를 보기 위해 관람객 수백여명이 모였다. 판다 샤오치지가 3살을 맞이해 열린 생일 잔치에서 관중 수백명이 환호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샤오치지는 나무에서 내려와 사과와 고구마, 당근, 대나무와 ‘3’자 모양의 케이크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고, 관람객들은 환호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날 때쯤 샤오치지는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것처럼 한동안 가만히 관람객을 응시했다.
오는 12월 샤오치지는 부모 톈톈과 메이샹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간다. 동물원 측과 중국 정부의 임대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다시 미국 땅을 밟을 지에 대해서는 기약이 없다. 미중관계의 악화가 큰 요인이다.
이 판다 가족은 2000년부터 이 동물원의 상징이었다.
샤오치지의 부모인 메이샹과 톈톈은 2000년 12월 처음 미국에 도착해 두 차례에 걸쳐 대여 기간이 연장됐다.
이들 부부는 2005년에는 첫째 타이샨, 2013년엔 둘째 바오바오, 2015년엔 셋째 베이베이를 낳았다. 이들은 각각 2010년과 2017년, 2019년에 중국에 반환됐다.
막내 샤오치지(위 사진 중국어로 ‘작은 기적’)는 2020년 8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예기치 않게 태어났다.
샤오치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뉴저지주에서 온 지나 구는 “판다는 저를 행복하게 해준다.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냈어도 판다 영상을 보면 모든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판다 티셔츠, 판다 가방, 샤오치지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대형 ‘3번째 생일 축하’ 버튼을 착용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 지역에 거주해온 스테파니 로저스는 “저는 평생 판다를 사랑해왔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라며 “정말 슬프다. 중국과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양한 과일과 채소로 만든 생일 간식을 먹어치우는 판다 가족을 보기 위해 멀리 캐나다 토론토와 스코틀랜드에서도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워싱턴DC 출신인 곤잘레스는 “중국이 왜 나이든 판다를 반환받길 원하는지 문화적으로는 이해한다”면서도 “판다들과의 이별은 여전히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그는 “마음 한 구석이 상해서 많이 울 것 같다”며 “동물원에도 큰 손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우리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판다는 개인적으로 많은 상실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