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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뉴스

영화 ‘바비’ 북미서 대흥행, 핑크 열풍

최단 기간에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 기록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 에 “우리는 팀 바비”

 

지난달 개봉한 헐리웃 영화 ‘바비’의 열기가 미국을 달구고 있다.

여성들을 중심으로 ‘꼭 봐야 할 영화’로 주목받으며 할머니와 엄마, 손녀들까지 3대가 같이 봤다는 후기가 나올 정도다. 인기에 힘입어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6일 전 세계 누적 매출이 10억3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최단 기간에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라는 기록도 세웠다. 감독인 그레타 거위그는 세계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여성 감독이 됐다. 할리우드 역사상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던 감독은 28명인데 모두 남성이었다.

영화 바비는 전형적인 금발 여성인 바비가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핑크빛’ 바비랜드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현실 세계로 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영화 전반에 가부장제를 풍자하는 페미니즘 메시지가 녹아 있다. ‘작은 아씨들’을 비롯해 여성 주인공의 성장기를 주로 다뤄 온 거위그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바비는 특히 북미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매출의 절반(4억5940만 달러)을 미국에서 거뒀다. 지난달 21일 경쟁작 ‘오펜하이머’를 누른 이후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장남 그자비에(16)와 핑크색 옷을 맞춰 입고 바비 상영관 앞에서 찍은 사진을 “우리는 팀 바비”라는 메시지와 함께 X(옛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위 사진) 이혼 발표 직후 가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바비 관람을 통해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언론은 여성주의를 담은 블랙코미디, 그것도 인기가 시들해진 인형 바비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이 같은 돌풍을 일으키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수전 펄루디는 뉴욕타임스(NYT)에 “(지난해 미 대법원이 판결한) 낙태권 폐지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영화 저변에 깔려 있다. 아마도 미국 여성들은 최근의 역사를 지켜보며 느낀 충격과 공포, 분노를 표출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화 속 주인공이 살고 있는 바비랜드에서는 여성만 법관이 될 수 있다.

초등생 자녀와 함께 영화를 봤다는 워킹맘 그레이스 스니더 씨(37)는 기자에게 “우리 또래는 어릴 때 바비와 함께 놀면서 상상력을 키워 왔다. 영화 속 평범한 워킹맘이 그런 바비에게 ‘여성으로서 사는 것의 고단함’을 토로할 때 뭉클했고, 남성 중심 기업 이사회를 비꼬아 속이 시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도 바비를 일단 봐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영화에 트랜스젠더 배우가 여성 바비로 등장하거나 남성 중심의 미국 정치를 풍자하는 등 현실의 문제점을 영화에 담은 것도 관람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인기 보수 논객인 벤 셔피로는 “워크(woke·진보주의자를 비꼬는 말) 무비”라는 비판 영상을 올리고, 바비 인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화에 ‘가부장제’ 단어가 나올 때마다 술을 한 잔씩 마시면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뻗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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