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20, 2024
hinykorea
명사칼럼 여성생활

<기자노트북> 난화에서 찾는 당신들의 짝

안지영 기자

세상 여인네 들의 마음에는 평강 공주의 마음이…

미술 심리 치료 기법 중 ‘그룹 난화 게임(squiggle drawing game)’이라는 것이 있다.
난화란 막 마음대로 도형과 선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두 세 명 가량의 그룹이 각각 종이 하나 씩을 나누어 갖고 그 위에 난화- 직선, 곡선, 원, 등-를 그리면 상대가 그린 난화를 이용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리면서 그림을 완성해 나아간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완성 된 그림에 스토리를 입혀가며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기법인데 이는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아직 어려움이 있는 아동들에게 자신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어려움이나 갈등, 욕구 등 그들의 내적 체험을 관찰하는데 쓰이곤 한다. 요즘엔 이 기법이 성인들, 특히 부부간의 심리치료에도 사용되곤 한다. 이런 저런 소식을 올리고 있는 기자가 오늘은 갑자기 미술 심리치료 기법에 대해 이야기 하는게 뜬금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살다보면 과거의 추억이 또는 어떤 시절의 기록이 자신을 소환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런 순간은 주로 집안에 있는 오래 된 무언가를 정리하다 보면 맞이하게 되곤하는데 기자 또한 미국에 이민 온 이후로 거의 열어보지 않았던, 침실 책상 위치가 아주 애매하게 자리잡고 았어 한번 열려면 대단히 불편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서랍을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어젯밤엔 낑낑거리며 열어보았다. 오래된 내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것 들여다 보는 것 처럼 느껴지는 신선한 기분을 만끽하는 가운데 ‘미술심리치료 심화’ 라고 쓰여진 분홍색 파일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10년전, 한국에 있을 때 건국대학교에서 미술심리치료 전문과정을 공부하면서 모아놓은 그룹 활동 임상자료들이었다. 한 장 씩 넘겨보는데 내 입꼬리는 이미 귀에 걸려있었다. 소환 된 추억 속에서 나를 웃게한건 아트테라피 기법들 중 위에서 언급한 ‘그룹난화 게임’ 기록이었다.
당시 기자를 포함한 4인 1조의 자료로 구성원들은 실명이 아닌 닉네임을 사용했고 기자는 ‘안도도’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보는 내내 미소를 자아내게 했던, 의식의 흐름에 가까우면서도 어딘가 낯설지 않은 스토리의 기자의 ‘그룹 난화게임’ 임상자료를 이 공간에 공유해본다.

<이 난화 게임은 그림 속 남자의 밤송이 같은 머리 카락 선 몇 개에서 시작 됐다. 선 몇개에서 남자의 머리로 이어졌던 동료의 상상력에 우리 모두 감탄했었다. >

2014년 4월 12일   미술치료기법 4- 그룹 난화 게임

안도도, 공주님, 초롱이, 이매력 4인 1조 작품.

남자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 사례 모음집— 제목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그림설명>

재벌가 ‘돈마나 그룹’의 외동딸. 얼굴은 그닥 예쁘진 않지만 성격 화끈한 해외 유학파 그녀는 나이 서른이 넘도록 결혼 할 생각은ㅇ 안하고 음주 가무로 매일을 보낸다. 예술가의 끼를 마음껏 내뿜으며 살고픈 그녀는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 받고 싶지 않아 일부러 망나니 짓들만 골라서 하고 다닌다. 사위에게라도 기업을 물려 주고자 하는 돈마나 그룹 회장은 계열사인 결혼 정보 회사 ‘쥬오’에 직접 발걸음 해 딸의 짝을 찾아 놓을 것을 명령한다. 며칠 뒤 업체를 방문한 딸은 힘 쎄고 자기 말 잘듣는 남자면 그만이라며 성의 없이 앨범 속 한 남자를 찍는다. 그녀의 간택을 받은 남자는 바로 돈마나 그룹의 프로야구 2군 선수였다. 생긴대로 성격도 품성도 우직한 그는 그녀를 그림자 처럼 지켜주고 그녀는 그의 순수함에 반해 결혼에 이르고 약 1년간 배낭여행 차 떠난 신혼여행에서는 돈이 떨어지자 둘은 하와이에서 코코넛 노점상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값을 마련한다. 귀국해서 남자는 1군 선수를 목표로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고 여자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그가 떠오를 수 있도록 로비를 펼치는 끝에 그는 메이져리거가 되고 그 해의 골든 글러브 상을 받게 된다.

<작업과정>

4인 1조 각 구성원의 그림 위에 다른 조원들이 돌려가며 계속 그림을 덧붙여 나아간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손 끝에서 그림으로 탄생한다!

<분석>

함께 작업했던 조원들 중 30대 초반인 ‘초롱이’ 와 ‘이매력’의 ‘남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 등 그들 개인의 바램이 대단히 반영 됐고 기혼인 ‘공주님’ 과 ‘안도도’의 대리만족 또한 높았던 작업이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한번 그렇게 남자를 키워보고 싶다. 지금의 남편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주었듯^^

 
 남자들의 마음에도 키다리 아저씨의 마음이…

세상에 어려운 이들이여 너무 실망하지 말자. 너무 낙담하지 말자.혼자만 아니라면 된다. 사람은 사람으로서 완성된다.
세상 여인네 들의 마음에는 평강 공주의 마음이 얼마큼은 들어 있는 법이다. 또 남자들의 마음에도 키다리 아저씨의 마음이 들어 있듯이…  (6/14 지영)

 

Related posts

<기자노트북> 주민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정책, 강소(強小)정치

안지영 기자

<김동찬 컬럼> 혼란의 시기, 순간을 살아도 값지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안지영 기자

<김동찬 컬럼> 안팎으로 도전 받는 미국의 리더십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