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동부 지역 산불 연기가 바람 타고 국경 넘어와
이날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상위 5개 도시”에 꼽히는 수준
뉴욕이 ‘잿빛 도시’로 변했다. 캐나다 동부 지역 산림을 불태우며 발생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어 뉴욕의 하늘을 삼켜 버렸기 때문이다. 짙은 연무는 이 도시의 명물 ‘자유의 여신상’과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뒤덮었다.
6일 기상청은 이날 뉴욕·코네티컷·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버몬트주(州) 등 북동부 일부 지역과 미네소타·위스콘신·일리노이주 등 오대호 연안에 대기 경보를 발령했다. 하루 종일 뿌연 연기와 매캐한 탄내가 일대를 휘덮었다. CNN방송은 “한랭전선이 남하하면서 이번 주 내내 연기가 미 남동쪽으로 더 밀려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날 뉴욕은 방글라데시 다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상위 5개 도시'(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에 꼽히기도 했다. 평소 상위 3,000개 도시 바깥에 이름을 올렸던 뉴욕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뉴요커들은 ” 뉴욕에 살면서 이렇게 잿빛이 된 하늘을 본 건 처음이다. 공포영화 같다”고 NYT에 말했다. 한 시민은 “오전에 구운 토스트 냄새가 났다면, 오후인 지금은 모닥불 냄새에 가깝다”고 했다.
이날 뉴욕의 대기질 지수(AQI)는 150 이상을 찍었다. 0부터 500까지 지수로 표현되는 대기질 지수가 151~200이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노약자나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 등에겐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
. 이날 뉴욕의 대기 중 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1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윌리엄 바렛 미국폐협회(ALA) 수석이사는 “연기를 보거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초미세먼지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라며 “어린이, 노인, 임산부, 호흡기 질환자 등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태를 초래한 캐나다 산불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올해 들어 이미 330만㏊를 불태웠다. 지난 10년간 평균의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피한 사람은 12만 명 이상이다. 캐나다산불센터에 따르면, 지난 주말 약 100곳에서 산불이 확산했고 이날도 413곳이 불에 탔다. 이 중 249건은 ‘통제불능’ 상태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 는 “지난 20년 동안 이렇게 빠른 속도로, 넓은 지역이 불탄 적은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이 시기 산불은 보통 한 번에 한쪽에서 발생하고 대부분 서쪽에서 나는데, (서부에서 동부까지 산불에 신음하는) 올해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160건 이상 산불이 현재진행 중인 동부 퀘벡주다. 8월까지 따뜻하고 건조한 기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기만 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여름 내내 심각한 산불 시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빈번하고, 더 격렬하게 타오르는 산불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대가다. 산불이 쉽게 발화하고 번질 수 있는 ‘덥고 건조한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큐에어의 글로리 돌핀 햄스 북미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산불은 본질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환경을 조성하는 지구온난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